녹슨 칼과 사람 팔뚝만 한 식인 쥐들로 가득한 빌지워터의 수많은 화물 창고 중, 그런 것들이 전혀 없는 창고가 하나 있었다. 최근 친척이 살해당하고 가죽이 벗겨져 부둣가 괴물들의 집에 처박히는 변을 당한 필트오버 출신 무기상의 소유인 이 창고는, 주로 대륙 전역의 평화를 위협하는 적들에게 대량의 고성능 폭발물(화약과 마법공학 폭발물)을 밀수하는 데 사용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고객은 아이오니아의 녹서스군, 슈리마의 녹서스군, 데마시아의 녹서스군, 그리고 아주 가끔은 녹서스의 녹서스군이었다. 참고로 녹서스 본국은 최근 "폭탄 가격으로 등쳐먹는 그 저렴한 자식"을 죽여버리겠다는 협박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식민주의적 악행의 상담역 노릇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판단한 필트오버 출신의 무기상 겸 악당은, 자신의 창고를 지키기 위해 무장한 아주르 웨이(Azure Way) 용병단을 고용하는 동시에, 그 용병들의 코앞에서 보관물을 훔쳐낼 '다른' 무장 용병단도 고용했다. 그는 창고에 엄청난 액수의 보험을 들어두었는데, 만약 '폭력적'이고 '가상의 총격전' 도중 거대한 연쇄 폭발이 일어나면 자신은 조금 더 부유한 무기상이 되어 유유히 떠날 셈이었다. 악명 높은 사기꾼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악명 높은 '목욕 기피자' 그레이브즈로 구성된 강도단을 고려하면, 참으로 앞서 나가는 사업적 판단이었다.
부수적인 피해는 이미 계산된 것이었다.
"대체 무슨 지랄이야? 이거 함정 아냐?" 2층 난간 뒤에서 말콤 그레이브즈가 정확히 상황을 꿰뚫어 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육중한 몸은 두 배 너비의 기둥 뒤에 겨우 가려져 있었다. 머리 위로 총알이 빗발치며 은폐물의 두꺼운 부분을 깎아냈고, 근처 화물 컨테이너에 구멍을 냈다. 컨테이너 여럿에는 찌푸린 얼굴의 만화 남자가 폭파당하는 그림이 크게 그려져 있었다.
"그런 것 같네." 근처에 웅크린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카드 한 장을 손가락 사이로 돌리며 대꾸했다. 카드는 돌릴 때마다 파란색, 빨간색, 금색으로 변했지만, 그가 지나치게 긴장하면 순서가 꼬이곤 했다. 빨간 카드는 거대한 화염 폭발을, 금색 카드는 반짝이는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파란 카드는 현재 별로 쓸모가 없었기에 이는 큰 문제였다.
"이 멍청아, 넌 왜 가만히 있는 거야? 난 쏘지도 못하겠다고!" 사람만 한 산탄총의 방아쇠 위에 손가락을 까딱이며 그레이브즈가 소리쳤다. 그는 반격할 수만 있다면 총을 맞는 것쯤은 개의치 않는 성격이었다.
"놈들이 화약 상자 뒤에 숨었어." 페이트가 펄펄 끓는 폭발물로 천장까지 가득 찬 방을 가리키며 쏘아붙였다. "죽음의 웅덩이(Dead Pool)처럼 꼴사납게 죽기 싫으면 플랜 B를 짜야 할지도 몰라."
"그런 거 안 할래!" 그레이브즈가 죽는 것을 의미하는지 생각하는 것을 의미하는지 모를 불평을 늘어놓았다. "아, 진짜 짜증 나! 왜 항상 이상한 일만 골라 하는 거야?"
"돈이 제일 되니까." 페이트가 상황보다 조금 더 태연하게 대답했다. "우린 원래 이런 놈들이잖아."
"허. 그렇게 말하니까 일리가 있네." 그레이브즈는 자신의 연막탄을 던지면 창고 바닥의 흩어진 흑색 화약에 불이 붙어 즉사할지, 아니면 눈먼 물고기 인간 하나가 실수로 다이너마이트 상자에 총을 쏴서 반초 뒤에 죽게 될지 고민했다. 두 번째 선택지가 좋게 들렸다. 정말, '정말' 좋았다.
"진짜, 진짜, 진짜 좋은 계획이 떠올랐어!" 그레이브즈가 살아있는 수류탄을 자신만만하게 꺼내 들며 선언했다. 그는 앞 상자에 그려진 찌푸린 만화 남자를 힐끗 보며 말했다. "날 비웃지 마."
"뭐 하는 거야?" 그레이브즈의 팔이 던지려는 동작을 취하자 페이트가 공포에 질려 눈을 크게 떴다. 페이트의 머릿속에는 둘이 도살장 부두의 상당 부분과 함께 산산조각 나는 모습, 혹은 최소한 그레이브즈만이라도 조각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건 최소한으로 쳐도 아주 곤란한 일이었다. "말콤, 대체 뭐 하는 거야!"
"기다려!" 아래에서 굵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던지지 마!"
명령에 다소 의기소침해졌지만, 갑자기 총격이 잦아든 것에 감사하며 그레이브즈는 연막탄을 내렸다. 공포에 질려 자신이 쥔 카드의 색깔을 잊어버렸던 페이트는 빨간 카드를 꽉 쥐고 있었다. 만약 탈출하려고 잘못 작동시켰다면 모두가 죽었을 상황이었다.
두 파트너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 각자 쥔 폭발물을 본 뒤 다시 서로를 쳐다봤다.
"내 쪽이 더 나았어." 그레이브즈가 으스대며 말했다. "더 안전했지."
아래쪽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이제 히스테리에 가까워졌고, 다른 용병들에게 폭탄으로 가득 찬 창고에 함부로 총을 쏘지 말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특히 지난번 일을 겪고도 정신 못 차리는 '쿠잉(Kouign)'이라는 자를 강하게 질책했다. 총잡이들은 웅얼거리거나, 물고기 머리 모양과 크기에 따라 꾸르륵거리는 소리를 냈다.
보이지 않는 우두머리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동안, 페이트는 그레이브즈에게 몸을 기울여 안쪽 코트 주머니를 가리켰다. "아직 내가 준 파란 카드 가지고 있어?" 그가 속삭였다.
"뭐, 그 감시자한테서 받은 거? 응, 아직 있지." 그레이브즈가 평소 음량으로 대답했다.
"조용히 좀 해. 이제 그거 터뜨리고 여기서 나가는 거 어때? 놈들은 지금 정신없어. 우리가 나가는 줄도 모를 거야."
"아니, 이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이미 말했잖아. 이만큼 큰 건수를 그냥 두고 가라고? 내 입에 풀칠은 해야 할 거 아냐."
"남자 주인공? 이 빌어먹을 이야기라면 정말 질렸어!" 페이트가 소리쳤고, 방 안의 모든 이들이 그들을 주목했다.
"거봐? 네 탓이야. 전형적인 제2주인공 행동이군." 그레이브즈는 '제2주인공(deuteragonist)'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썼다고 확신하며 으스댔다.
모두가 순간 주춤했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어떤 상황에 휘말렸는지 깨닫기 시작하며 신경질적으로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두 얼간이도, 아주르 웨이의 흔한 용병들도 이 대치 상태를 끝낼 권한은 없었다. 사실 빌지워터에서 폭력적이고 즉각적인 확전은 유서 깊은 전통이었기에, 그 어떤 대치 상태도 평화롭게 끝날 리 만무했다.
위협적인 작살총을 든 웃통 벗은 망치머리상어 인간도 이 대치 상태를 끝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그걸 모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봄볼리니였고, 그는 자신의 체구에 어울리는 우아함을 뽐내는 법과 장악력을 발휘하는 법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너희 멍청이들아, 뭐 하는 거야?" 그가 난간을 향해 소리쳤다. "빌지워터 절반을 증발시키려고 작정했어? 어느 강도단이 화약 가득한 작업장에 실탄을 들고 와!"
말콤 그레이브즈와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현명하지 못하게도) 은폐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가 새로 나타난 적과 눈이 마주쳤다. 놈의 강철 같은 눈빛, 근육질의 체구, 바다뱀을 꿰뚫으려는 듯한 흉측한 무기. 1초의 인지, 2초,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3초가 흘렀다.
"봄볼리니?" 그레이브즈가 물었다.
"말콤?" 봄볼리니가 되물었다. "말콤 그레이브즈? 너야? 설마... 지금 나를 터는 거야?"
그레이브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어깨 힘을 뺐다. 그냥 멍청한 물고기가 아니었다. 이 녀석은 멍청한 물고기 '친구'였다.
"너를 터는 게 아냐. 너를 고용한 놈을 터는 거지." 그레이브즈가 설명했다. "그놈이 우리도 고용한 것 같거든.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은 도덕적으로 정당해."
"우리?"
"안녕, 봄볼리니." 페이트가 손을 흔들었다. "나도 너를 터는 중이야."
"뭐—" 봄볼리니가 항의했다. "잠깐만! 너희 둘이 날 날려버렸잖아! 내 배 위에서 날 폭파했지! 우린 파트너였는데, 이 도시 최악의 건수를 위해 날 배신했잖아!"
"최악은 아니었어." 그레이브즈가 반박했다.
"보석 하나였지." 페이트가 정정했다. "결국 유리 조각이더라고."
"아냐, 그건 틀려." 그레이브즈가 말했다. "분명 더 있었어."
하지만 없었다.
수년 전, 봄볼리니는 그레이브즈와 페이트 콤비의 저평가된 3번째 멤버였다. 당시 그들은 푼돈을 받고 작은 일을 수행했고, 그들의 수배 전단은... '불운하게도' 표현되어 있었다.
"어떤 가격(어떤 가격이든)이라도 받으면 누구에게나(정말 누구에게나) 무엇이든(정말 무엇이든) 해줄 수 있는 남자 둘"이라는 전단 문구는, 멤버 명단에서 봄볼리니가 완전히 삭제된 것과 더불어 잠재적 의뢰인들과의 잦은 의사소통 오류를 낳았다. 빌지워터의 격렬한 확전 전통 덕분에 이러한 실수는 항상 유혈 사태나 작은 부두 폭발로 이어졌고, 역설적이게도 이 신출내기 범죄자들에게 이목이 쏠리며 그들은 유명한 용병단이 되었다.
전단 문구는 수년간 바뀌지 않았고, 어린 봄볼리니는 깊은 앙심을 품게 되었다. 결국 그는 몫으로 받은 돈을 챙겨 작은 쾌속선을 사고 범죄 생활을 은퇴했다. 푸른 불꽃 제도의 난파선 다이빙 사업은 강도질보다 돈이 훨씬 잘 벌렸고, 적어도 술집 광고 전단에 '해적 살점 축제' 같은 식으로 자신을 소개하지 않아도 되었다.
공교롭게도 성공은 눈길을 끌기 마련이었고, 누군가 말콤 그레이브즈와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고용해 부후(Buhru) 유적 근처에서 전 동료를 털라고 의뢰했다. 도덕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던 둘은 즉시 수락했다. 강도질은 즉시 작은 유전 화재로, 그다음엔 큰 화재로, 끝내는 유혈 사태와 작은 쾌속선 폭발로 이어졌다. 배와 함께 보물은 모두 가라앉았다... 물론 바다 유리 조각 하나를 빼고는.
봄볼리니는 죽은 것으로 처리되었고, 의뢰인은 분노했으며, 아무도 돈을 받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보아 그 콤비의 가장 성공적인 범죄 중 하나였다.
"너 안 죽었었나?" 페이트가 물었다. "분명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봄볼리니는 자신의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포식자 특유의 넓은 눈 간격 때문에 자신의 몸을 볼 수는 없었지만, 필사적으로 시도했다. "내가 죽은 것처럼 보여?"
"글쎄." 그레이브즈가 대답했다. "글쎄다."
"보스, 저놈들 죽일까요?" 물고기 인간 부하가 참을성 없게 물었다. 녀석은 커다란 두 발 망둥이처럼 생겼다.
"고비(Goby) 말에 동의합니다." 그의 파트너인 굽은 등과 인상적인 장총을 든 새우 인간이 말했다. "이놈들이 전에도 보스 배신했다면서요? 대체 정체가 뭡니까?"
봄볼리니는 눈을 깜빡였다. 호두만 한 뇌가 굴러가며 대체 이놈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떠올리려 애썼다. 수십 년이 지나면 숙적의 내막 같은 건 잊기 마련이었다.
그레이브즈. 페이트. 그레이브즈... 그리고 페이트. 대체 이놈들의 정체는 '뭐지'?
'유레카'.
흥미로운 것이 떠올랐다. 써먹을 만한 것. 이 대치 상황을 단번에 뒤집을 무언가가.
"저 둘은 사귀는 사이야." 그가 자신 있게 추측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건 우리도 알아요." 고비가 대답했다.
"아니, 저 둘은 '사귀는' 사이야." 봄볼리니가 더 자신 있게 반복했다. "둘이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지. 그레이브즈는 항상 남자 취향이 최악이었고, 페이트는 내가 본 중 최악의 인간이거든. 다 말이 되잖아!"
고비는 어깨를 으쓱했다. 새우는 한숨을 내쉬며 위쪽의 도둑들을 향해 다시 총구를 돌렸다. 자신이 왜 이 일에 동의했는지 의아해하며 조준경을 조절했다.
반면, 난간 위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저놈이 우리가 사귀는 줄 아나 봐." 페이트가 속삭였다. "그러니까, 진짜 '사귀는' 사이. 연인."
"사귄다는 뜻이 뭔지 알거든, 토비아스." 그레이브즈가 예전보다 훨씬 신중하게 속삭였다. "근데 이걸 어떻게 써먹지? 작전이 뭐야? 그리고 왜 저렇게 '못되게' 굴었지?"
페이트는 자유로운 손으로 턱을 문지르며 실수로 꺼낸 빨간 카드를 금색 카드로 바꾸며 고민했다. 모두가 거대한 화염구 속에서 죽을 확률은 여전히 높았지만, 봄볼리니와 부하들이 방심한 지금이 기회였다. 크고, 멍청하고, 상황을 완전히 뒤집을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를 또 이런 곤경에 빠뜨리다니 믿을 수가 없어!" 페이트가 그레이브즈를 향해 비난하는 손가락을 흔들며 외쳤다. 당연히 저격수에게 몸은 숨긴 채였다. "생각 없이 덤벼드는 건 항상 너라니까! 넌 너무 덩치가 커서 섬세함이라곤 없고, 화약 작업장에 마법공학 탄환이랑 수류탄이나 챙겨오고! 우리 엄마 말이 맞았어, 같이 다니는 게 아니었어!"
그레이브즈는 몇 가지 이유로 당황했다. 첫째, 그는 페이트의 어머니를 만난 적이 없었고, 지금까지는 그 사람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둘째, 페이트는 계획을 설명해 주지도 않은 채 그레이브즈의 거친 근육질 몸매와 훌륭한 강도질 준비(도둑 중의 조각상 같은 왕자로 만들어 주는 것들)를 깎아내리고 있었다.
"야, 무슨 소리야? 항상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면서, 막상 넌 죽고 내가 구해야 하는 이런 쓰레기 같은 일만 저지르잖아! 나였으면 그냥 간단하게 사람 하나 죽이거나 적당히 협박하는 일을 했을 거라고!"
"그래, 그러니까 너한테는 '비전(Vision)'이 없는 거야!" 페이트가 '비전'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윙크했다.
그레이브즈는 즉시 알아차리지 못한 채 파트너의 결점들을 맹렬히 비난했다.
"우리가 '맨날 싸우는' 이유가 바로 그거야." 페이트가 다시 윙크했다. 이번에는 그레이브즈도 알아들었다.
아래에서 봄볼리니는 지루하거나 혼란스러워하는 부하들 사이에서 환희에 젖었다.
옛 친구에게 배신당하면 감정적 화학 반응이 돌이킬 수 없이 변한다. 편집증에 걸리고, 망상에 사로잡히며, 가끔은 복잡한 복수극에 심취하게 된다.
봄볼리니가 딱 그 꼴이었다. 그는 가장 미워하는 두 적이 자신의 강철 같은 상어 눈앞에서 즉각적인 다툼을 벌이는 복수극을 즐겨 상상하곤 했다. 그 다툼은 폭발물이 가득 찬 방이나 배에서 벌어지고, 언쟁의 정점에서 폭발이 일어나 둘 다 죽으며 연기 속에는 "봄볼리니 미안해"라는 글자가 나타나는 식이었다. 그러면 모두가 환호하고, 그는 왕관과 어깨띠를 얻을 것이다. 아마 홀도 있겠지.
매우 복잡한 판타지였다.
하지만 계획에 없던 일이 벌어졌다. 가슴팍에 정통으로 날아온 금색 카드를 맞은 봄볼리니가 화물창 문 밖 바다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지금이야!" 페이트가 외치며 은폐물에서 뛰쳐나와 인접한 사무실로 달렸다. 그는 화약이 쌓이지 않은 벽 곳곳에 금색 카드를 뿌렸다. 카드가 터지며 눈부신 황금빛 섬광을 뿜어냈고, 봄볼리니의 용병들은 일시적으로 멍해졌다가 즉시 사방으로 총을 쏘기 시작했다.
그레이브즈가 페이트를 따라 사무실을 지나 창고 안쪽으로 들어갈 때, 빗발치는 총알 중 하나가 고비와 새우가 은폐물로 쓰던 상자에 박혔고 두 물고기 인간은 얼어붙었다. 공기 중을 가르는 총알 사이로 영겁 같은 시간이 흘렀다.
"괜찮은..." 고비가 말하던 도중 폭사했다.
첫 폭발이 전체 구조물을 흔들었고, 페이트와 그레이브즈는 의뢰인이 말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흑색 화약 상자 위로 가설된 부실한 금속 다리 위를 비틀거리며 내달렸다.
"좋지 않네." 아래를 힐끗 본 페이트가 말했다.
"정말 그렇군." 그레이브즈가 답했다. "우리가 연기를 좀 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지금 너한테 별로 화가 안 나."
"넌 항상 나한테 화가 나 있잖아! 어서 움직여!" 수많은 무장 용병들이 어둠 속에서 고개를 들며, 위쪽의 물고기가 아닌 두 범죄자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그레이브즈는 원래 보여주려던 것보다 더 감정적으로 상처받은 채, 난간 너머로 연막탄을 던져 1층을 독하고 매캐한 안개로 뒤덮었다. "보통은 재미있는데, 지금은 마음이 좀 안 좋네." 헛구역질하는 용병들의 소리를 들으며 그가 말했다.
"왜 이렇게 징징대? 다 큰 어른이!" 페이트가 총소리가 울려 퍼지는 화약 저장고를 가로지르며 재촉했다.
"징징대지 마! 맨날 내 덩치 가지고 시비야. 네가 곯아떨어질 때마다 구해주는 근육이 누군데. 넌 정말 배은망덕해, 페이트!"
"내가 배은망덕하다고? 카마보르의 유령 왕자랑 싸운다고 몇 달을 사라졌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한밤중에 굴러들어온 건 누구더라."
"그놈은 유령 '왕'이었어. 내가 안 싸웠으면 우린 '모두' 유령이 됐을 거야! 너도 유령, 나도 유령. 모두가 유령이었을 거라고!"
"너 거기 있지도 않았잖아! 내가 샤나의 편지를 안 읽을 줄 알아? 그레이브즈, 난 사기꾼이야. 나를 속일 순 없다고. 가위 인형이랑 웃통 벗은 녀석이 다 해결할 때 넌 밖에 버려져 있었잖아."
"그게 그렇게 된 게 아냐, 페이트." 그레이브즈가 어둡게 말했다. "그건 그냥 이야기일 뿐이지. 진짜 일어난 일은 말 안 하거든."
"아, 그래! 네 과대망상은 네가 발로란의 '넘버원 영웅'이 되기 수십 년 전부터 징글징글했지."
"이거 아직 가짜 싸움이야, 아니면 진짜 싸움이야? 진짜면 네 그 멍청한 모자를 입안으로 처넣어 줄 테니까."
"진짜 싸움인 것 같네! 그리고 또 아는 게 뭔지 알아? 넌 '진짜' 냄새나고, 넌 '진짜' 생각을 안 해. 여기서 살아있는 수류탄은 최악의 선택이었다고!"
"그래, 이게 우리가 처음으로 같이 일하는 걸 그만뒀던 진짜 이유야! 넌 네가 나보다 잘났다고 생각하고, 넌 '이것'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잘났으면 뭐 어쩌라고!" 페이트가 소리쳤다.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불타오르며 파괴되는 창고 앞쪽에서 봄볼리니의 생존한 용병들이 서비스 문을 통해 난간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난간의 볼트가 벽에서 분리되었다. 총잡이들 중 다수는 그을린 채 새로 얻은 바삭함(?)에 걸맞은 분노를 내뿜고 있었다.
"나중에 싸우자, 빌어먹을! 저 문으로 당장 나가!" 그레이브즈가 다리가 무너져 내리는 창고를 뒤로하고 외쳤다.
출구에서 여섯 걸음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폭발이 화약 바닥에서 솟구쳤고, 아주르 웨이 용병들을 맹렬한 화염 기둥으로 집어삼켰다. 그레이브즈의 연막탄(택티컬한 목적으로 사용된, 따갑고 눈을 멀게 하며 악취가 나는 가연성 혼합물)에 즉시 불이 붙었다. 공급자가 수십 번이나 경고했는데도 계산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화약 상자들이 연쇄 폭발하며 카드의 달인과 대담한 목욕 기피자는 무너지는 벽돌 벽을 뚫고 한 층 아래의 지저분한 로비로 튕겨 나갔다. 그곳 역시 폭발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강도질 건수 중에서는 꽤 성공적인 축에 속했다.
"으윽." 그레이브즈가 신음했다. "최악이었어."
페이트는 자신의 모자가 아직 있는지 확인하고는 비명을 지르는 갈비뼈를 움켜쥐었다. "그래, 그랬지."
"토비아스, 여기서 나가지 못하면... 딱 한 마디만 하고 싶어."
"뭔데, 친구?" 페이트가 미소 지었다.
"네가 먼저 죽었으면 좋겠어." 그레이브즈가 헛기침하며 웃었다.
"아, 쑥스럽게. 감동이네."
잔해와 지붕 조각들이 바닥을 강타하고, 2층의 뚫린 벽으로 연기가 쏟아지고, 화염이 폭발하고 있는 찌푸린 만화 남자가 그려진 헥스 폭발물 상자를 핥고 있었다.
"아무도 이게 얼마나 위험했는지 몰랐던 거야?" 그레이브즈가 서비스 출구 쪽으로 절뚝거리며 물었다.
"빌지워터잖아, 말콤. 아무도 아무것도 신경 안 써."
"아무도... 나를 빼고 말이지!" 익숙하고, 약간 더 쉰 목소리가 들렸다.
가슴 한가운데 보라색 멍이 든 봄볼리니가 연극적으로 둘 앞에 나타났다. 작살총을 든 그의 거대한 상어 체구는 빌지워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두 용병의 유일한 탈출구를 막고 있었다. 그레이브즈는 부둣가 밖의 젖은 상어 모양 자국을 보았다. 봄볼리니는 아마 저기서 몇 분 동안이나 이 등장 순간만을 기다렸을 것이다.
"세상에, 또 이 도넛 놈인가." 페이트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여전하지!" 봄볼리니가 기침을 참으며 외쳤다. "몇 년 만에 너희 둘을 봤을 때 내가 무슨 생각 했는지 알아? 그 모든 시간, 그 모든—"
"관심 없어." 그레이브즈가 상어 인간 바로 옆의 폭발물 컨테이너에 거대한 산탄총을 겨누며 말했다. 그레이브즈가 방아쇠를 당겼고, 모든 것이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이미 훔치기엔 너무 많은 폭발물이 들어있던 창고에서 수백 보 떨어진 곳, 작은 낚시 부두 위 1.5배 높이의 공중에 말콤 그레이브즈와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튀어나왔다. 페이트의 순간 이동 타이밍이 완벽하지 않았기에 연기와 불꽃이 섞여 있었다. 둘은 그레이브즈의 총이 배를 강타하며 땅바닥에 곤두박질쳤다. 그레이브즈가 낸 소리는 "어우블루프" 같은 것이었지만, 다른 욕설이었을지도 모른다.
"저 파란 카드는 확실히 쓸모가 있단 말이지." 새로 다친 갈비뼈를 잡지 않은 쪽 팔로 모자의 먼지를 털며 페이트가 평평한 바닥에서 뽐냈다. 긴 하루였다.
"그래, 하지만 시작할 때는 절대 쓸모가 없지." 그레이브즈가 씩씩거리며 답했다. 약간 타고 멍들었지만 멀쩡했다. "총격전이 일어나기 '전에' 써야 한다고. 도둑질할 때나 뭐 그럴 때."
"그럼 예술성이 없잖아. 그림자 속에 숨어서는 이름을 날릴 수 없어. 사람들에게 쇼를 보여줘야지!" 페이트가 저 멀리 창고 프레임이 무너져 내리고 아직 터지지 않은 폭발물이 격렬하게 타오르는 것을 보며 대답했다. 그는 강조하듯 손을 연극적으로 돌렸다.
"뭐, 그렇군." 그레이브즈가 미심쩍게 답했다.
둘은 그을린 옷을 입은 채 바닥에 앉아 모든 것이 폭발하고, 또 폭발하는 것을 지켜봤다. 거의 로맨틱하기까지 했다. 로맨틱이라는 것을 그런 상황에 빗댄다면 말이다. 흥미롭게도, '둘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이제 뭐 하지?" 페이트가 최대한 빨리 침묵을 깼다. "더러운 의뢰인을 배신할까? 봄볼리니가 남긴 찌꺼기를 위해 무덤이라도 팔까?"
그레이브즈가 킬킬거렸다. "오, 그건 '당연히' 제일 먼저 할 거야. 누가 날 폭파하려고 하면 나도 그놈을 폭파해 줘야지. 봄볼리니는... 장담하는데 놈은 아직 어디선가 살아있을 거야. 나랑 똑같거든. 폭발하기엔 너무 멍청하지."
"친구, 넌 내가 만난 중 가장 빛나는 멍청이야." 페이트가 미소 지었다. "넌 절대 안 터질 거야. 진심이야."
"당연하지." 그레이브즈가 씩씩댔다. "그런데, 이제 화도 좀 풀렸으니... 우리 대화가 좀 필요해."
"맞아." 페이트가 한숨을 쉬었다. 사과를 피할 방법을 찾는 것도 지쳤고, 아드레날린 덕분에 이유 불문하고 사과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철칙을 깨는 것도 괜찮게 느껴졌다.
물론 "미안해"라는 단어는 끝까지 말하지 않겠지만. 그건 너무 멀리 간 거였다.
"말콤, 내가 너보다 잘났다는 뜻으로 말한 건 아냐. 우리가 사업을 정리했을 때..."
"그만, 그만, 그만." 그레이브즈가 다리를 물 쪽으로 늘어뜨린 채 산탄총을 뒤로 밀며 말했다. "벌써 짜증 나. 사과받아주지—다음 술값은 네가 내."
"착하기도 하지." 페이트가 다행이라는 듯 답하며 해가 지기 시작하는 바다를 바라봤다.
그레이브즈는 파트너를 쳐다보며 농담 한마디를 덧붙이려다가, 처음으로 토비아스의 얼굴에 지금까지 알아채지 못했던 어떤 각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강한 턱, 놀라울 정도로 부러진 적 없는 코, 유행과 아닌 것의 경계에 있는 대담한 모자 선택. 그는 객관적으로 보면 최악의 인간이었지만, 어쩌면...
'어우, 안 돼.' 그가 생각했다.
말콤 그레이브즈는 이제 훨씬 나이가 들었고, 조금 더 현명해졌지만, 세상을 훨씬 더 많이 알게 된 상태였다. 그는 매일 하는 행동이나 말보다 다음 말을 더 신중하게 골랐다. 자신들 같은 두 범죄 거물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탐색하는 것은 자신의 장점도 아니었고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에, 이는 스스로에게도 꽤 놀라운 일이었다. 그는 생각했다... 왜 토비아스의 의견을 이렇게 신경 쓰지? 중요한 것도 아닌데. 어차피 그들에겐 역할이 있었고...
"말콤." 페이트가 말을 끊었다. "너 뇌진탕 걸렸어?"
"그럴지도." 그레이브즈가 한숨을 쉬었지만, 슬프거나 피곤한 투는 아니었다. 뇌진탕 걸린 투에 가까웠다.
"알았어, 좀 보자." 페이트가 그레이브즈의 머리카락을 헤집으며 멍이 들었는지 확인했다. "너랑 나 둘 다 튼튼한 건 알지만, 아무도 무적은 아니니까."
"봄볼리니처럼 말이지." 그레이브즈는 페이트가 자기 머리를 만지는 것에 묘한 흥분이 느껴져 혼란스러워하며 말했다.
"그 녀석은 진짜 어이가 없더라." 페이트가 제안하듯 말했다. "그 배 강도 사건 기억나? 우리 옛 친구는 아주 지독한 폭발의 중심에 갇혔었지."
"뭐, 자업자득이지. 난 남자 취향이 '절대' 나쁘지 않아. 난 나쁜 남자를 고르는 취향이 좋은 거야, 확실히 다르다고."
페이트는 파트너의 머리 확인을 마쳤다. 뇌진탕이 어떻게 보이는지 몰랐기에 딱히 새로운 정보는 없었다. 그는 석양이 소년처럼 헝클어진 그레이브즈의 머리카락 위로 춤추는 것을 보며 그 얼굴을 뜯어봤고, 이 모든 생각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가 즉시 기겁하며 생각을 거두었다. "네 취향은 나쁜 게 아냐, 말콤. 재앙이지."
"재앙?" 그레이브즈가 맞받아쳤다. "하나만 대봐. 못 할걸."
"노스맨(Northman)." 페이트가 즉시 대답했다. "바퀴벌레 문신했던 상인. 그 부후 신도—"
"신도 아냐."
"둘 다 제물로 바치려고 했으면서, 하여간 '신도 아냐'. 고래 녀석. 문어 녀석. 두 번째 고래 녀석."
"범고래야."
"범고래도 고래의 일종이지. 수도승. 바스타야. 그 '녹서스인'."
그레이브즈가 움찔했다. "그래, 그놈은 좀 아니었지."
"녹서스인이었어, 말콤. '녹서스에서 온'. 사람들이 그놈 이야기 많이 했어."
"돌이켜보니 인종차별적인 성향이 내가 선호하는 것보다 심했지." 그레이브즈가 인정했다. "그렇다고 네가 역사상 가장 훌륭한 연인을 데려오는 것도 아니잖아. 너도 그렇게 매끄러운 편은 아니야."
"실례지만, 난 '매우' 매끄러워." 페이트가 항의했다. "크기, 형태, 종류를 막론하고 토비아스 펠릭스의 매력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난 이 넓고 잘 속는 땅 전역에서 수백, 아니 수천 명의 순진한 여행자들을 홀려왔다고."
"이 '한 명'은 아니지." 그레이브즈가 조금 과하게 껄껄거렸다. "아니, 그러니까... 알잖아."
"어... 응, 물론 알지." 페이트가 모자를 만지작거리며 눈을 피했다.
둘은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저 멀리서 타오르는 거대한 불꽃과 잔인한 폭발음, 비명과 고함 소리를 고려하면 상대적인 침묵이었다.
"세상에, 저 놈 타는 것 봐." 그레이브즈가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어른 아이처럼 부두에 다리를 늘어뜨린 채 말했다. "토비아스, 생각해 봤어. 오해하진 마. 난 강도질을 '정말' 좋아하고, 너는 그 범죄마다 무조건 옆에 있을 테니까..."
"샤나는? 아니면 그 웃는 항아리를 들고 다니던 아가씨는?" 페이트가 그레이브즈가 40년 가까이 동성애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숨길 수 없는 질투를 섞어 물었다.
"베인은," 그레이브즈가 이 평범하고 일상적인 비즈니스 관계의 대화치고는 지나치게 신중하게 정정했다. "좋은 '친구'야. 하지만 우리가 괴물을 죽일 때만 도와주지. 그리고 신의 이름으로 맹세컨대, '샤나'라고 부르지 마. 그 애는 쳐다보는 것만으로 네 목을 꺾어버릴걸. 나머지 한 명은... 지금 당장 다루고 싶지 않아."
"그 여자는 무서워." 페이트가 말했다. "그런 옷은 처음 봤어. '손'이 그렇게 많다니."
"그 여자 정말 무서워." 그레이브즈가 동의했다. "벽 너머로 날 발로 차버릴까 봐 겁나."
"핵심은, 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는 거야. 세상을 보고 있지. 필트오버, 그림자 군대. 토비아스, 난 카마보르도 봤어. 지평을 넓히고 있다고. 더 넓히고 싶기도 해. 이크시아가 열리고 있다며. 좋은 건수가 많을 것 같아... 만약 네가... 그, 같이 갈 생각이 있다면 말이야."
그는 코트 안을 뒤져 익숙한 파란색 카드를 꺼냈다. "그럼 이건 더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네. 네가 옆에 있을 테니까."
페이트가 킥킥거렸다. "일단 가지고 있어. 그냥... 기념품이라고 생각하자."
그레이브즈가 씩 웃으며 그것을 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그거 좋네."
두 파트너는 어색한 거리를 두고 앉아 다양한 모험을 상상하며 바보같이 미소 지었다.
"뭐, 알겠지만, 우린... 파트너니까." 그레이브즈가 명시했다.
"그렇지, 당연히. 파트너. 범죄의." 페이트가 덧붙였다.
"그 이상은 아냐."
"절대."
"그럼."
"아니."
둘은 동시에 헛기침을 했다. 그레이브즈는 멍하니 바다를 바라봤고, 페이트는 모자 안쪽을 쳐다봤다. 먼 거리에 있는 창고는 타오르고 또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