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소녀(LEAGUEOFLEGENDS)
| 돌아온 소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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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이야기
"내 말 잘 들어." 나는 이곳, 구덩이 옆에서 나를 발견한 어린 소녀에게 말한다. "내 말을 새겨들어야 해. 시간이 얼마 없어."
소녀는 겁에 질린 기색 하나 없이 몸을 앞으로 숙인다. "어떻게 하면 되나요?"
아이가 마음에 든다. 아주 오랜만인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처음으로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진다. "이건 아니야." 나는 아이의 손에 꽉 쥐여 있는 화살을 가리키며 말한다. 아이는 마치 창처럼 화살을 들고 있다.
공허가 나를 가족에게서 앗아갔을 때 나 역시 어린아이였기에, 나도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너무나도 부주의했다. 희생 제물, 공물, 헌물—뭐라고 부르든, 그런 것들은 절대 효과가 없었다. 공허는 기도와 공물로 달랠 수 있는 신 따위가 아니다. 그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싶어 할 뿐이다.
"저것들을 죽이고 싶니? 없애버리고 싶니?" 내가 묻는다.
소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굶겨야 해."
내 살갗에 느껴지는 바늘 같은 통증이 이 말에 반응하듯 더욱 강해진다. 위협적인 기운이 우리를 에워싸고, 내 두 번째 피부는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조여든다. 놈들이 오기 전 마지막으로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모래가 모래시계 속의 모래처럼 움푹 파이며 아래로 쏟아지기 시작한다. 기괴한 빛의 파동이 하늘로 퍼져나가고, 슈리마의 밤하늘 아래로 구축물 괴수들이 끼익거리고 침을 흘리며 몸을 일으킨다. 나는 어깨 장갑 속의 에너지를 충전하며 자세를 잡는다.
이를 악물고, 에너지를 방출한다.
뜨겁고 고통스러운 빛의 꽃이 순식간에 목표물을 덮치며 놈들의 진격을 멈추고 옆으로 날려버린다. 공기는 산성 악취와 껍데기가 녹아내리는 소리로 가득 찬다.
곧 놈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바늘이 찌르는 듯한 가려움이 멈추기를 기다리지만, 멈추지 않는다.
소녀는 내 옆에 웅크리고 앉아 대기하고 있다. 아이는 자신이 지금 보고 있는 광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아픈가요?" 아이가 내 팔 위의 빛나는 비늘에 손을 뻗으며 속삭인다.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뺀다. 아이는 움찔하지도 않는다.
"가끔은." 내가 시인한다.
멀지 않은 곳에서 아이의 마을은 대부분 아무것도 모른 채 잠들어 있다. 의심할 여지 없이 호기심이 이 어린 소녀를 이끈 것이겠지. 밤이 깊으면 나타나 서로를 부르는 공허 생명체에 관한 온갖 이야기와 두렵고도 환상적인 전설들.
아이는 그저 직접 보고 싶었을 것이다. 바위 너머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사람들이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숭배하는 저 존재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을 것이다.
내 피부가 다시 조여든다. 바늘, 끊임없는 가려움…
나는 눈을 깜빡인다. "미안해, 이름을 말해주지 않았구나."
아이는 자랑스럽게 일어선다. 여전히 화살을 치켜든 채로. "저는 일리예요. 괴물로부터 가족을 지키러 왔어요." 고작 열 살 남짓한 아이다.
"그래, 일리야. 때로는 도망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수도 있어."
"하지만 언니는 도망치지 않잖아요." 아이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한다. "그렇죠?"
영리한 아이군. 나는 고개를 젓는다. "더 이상은 아니야."
"그럼 저도 도망치지 않을래요!" 일리가 외친다. 용감하기도 하지.
아이는 자신들이 무엇을 상대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마을 사람들 중 누구도 모른다. 괴물들을 쫓아내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했던 모든 일들은 그저 저녁 식사를 알리는 종소리에 불과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말해줘야 해, 일리야. 그들이 이해하게 만들어야 해. 초승달 아래에서 춤추는 것도 이제 그만둬. 말뚝에 동물을 묶어두는 것도 안 돼. 공허는 자비가 없어. 먹어치우거나, 아니면 굶어 죽거나 둘 중 하나야."
이 사실을 깨달은 날, 나는 나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 그렇기에 수많은 사람이 죽어갈 때도 나는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생존에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 돌아온 날부터 나는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보세요…" 소녀가 속삭인다. "저들이 우리를 찾으러 오고 있어요."
보지 않아도 안다. 놈들이 올 줄 알았다. 본능적으로 갑각이 얼굴 위로 덮인다. 일리가 나를 올려다본다.
"무서워하지 마." 나는 이제 괴물처럼 뒤틀린 목소리로 말한다. 그 말은 오히려 반대의 의미로 들릴지도 모른다.
"무엇을요?" 아이가 묻는다. 나는 아이가 볼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지금까지 내 맨살, 혹은 지금 내 몸을 뒤덮고 있는 것을 직접 본 사람은 극소수뿐이다. 그들 중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죽었다.
일리의 마을 사람들은 꽤 유능한 사냥꾼들인 모양이다. 이 척박한 곳에서는 능력 있는 자들만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아이가 어디서 그런 용기를 얻었는지 알겠다. 횃불이 밤하늘에서 반짝인다.
"아빠!" 아이는 나에게 경고도 없이 마을 사람들을 향해 소리친다. "찾았어요! 돌아온 소녀예요!"
그들이 무기를 든 채 눈에 불을 켜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일리야!"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는 활시위에 화살을 재며 외친다. "그... 그 괴물에게서 떨어져라!"
아이가 다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일리 같은 소녀 한 명 뒤에는 다른 방향으로 도망칠 십 명의 사람들이 있다. 아니, 그보다 더 최악인 경우도 있지. 사람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하는지 나는 안다. 진흙 벽에 휘갈겨진 낙서, 협곡 바위 위에 긁힌 글귀들을 보았으니까.
괴물이 되어 돌아온 소녀를 조심하라.
그들은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들에게 나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존재,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형상화한 살아 움직이는 전투 병기일 뿐이다. 그래서 내 이름에 그 낙인이 찍힌 모양이다.
십 년 전, 나는 그저 카이사였다.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무한한 미래를 꿈꾸던, 일리와 다를 바 없는 아이였다. 공허가 나를 끌고 들어간 날, 그 미래는 죽어버렸다.
바늘 같은 통증이 돌아온다. 내 팔 위에 빛나는 무기가 형상화되자 일리가 내 손을 놓는다. "아버지에게 가." 내가 말한다. "아버지께 가렴."
"일리야, 도망쳐!" 아버지가 애원한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활시위를 당긴다.
"아니요!" 아이가 나를 돌아보며 외친다. "저는 이제 도망치지 않아요."
나는 마을 사람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아이를 밀어 보낸다. "아니, 일리야. 너는 싸우는 법을 알고 태어났어. 마을 사람들에겐 네가 필요할 거야."
몇 걸음 가던 아이가 뒤를 돌아본다. "무슨 말을 전하면 될까요?"
"말해… 준비하고 있으라고 말해."
공허는 내게서 너무나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모든 것을 가져가게 둘 수는 없다. 친절과 인간미가 빛을 발하고, 순수함과 신뢰가 두려움을 잠재우는 이런 순간들이 있기에, 나는 세상 아래 흐르는 끝없는 독의 강을 우리가 물리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심연에서 처음 탈출했을 때,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싸웠다.
어쩌면 언젠가, 그들을 위해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
| 카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