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블(LEAGUEOFLEGENDS)
| 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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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골칫거리 |
배경 이야기
마르신이 한 가지 확실하게 할 줄 아는 게 있다면, 바로 몸을 낮추고 조용히 지내는 것이었다.
그의 앞에서는 왁자지껄한 목소리들이 술잔 부딪히는 소리, 맥주가 철썩이는 소리와 뒤섞여 있었다. 이따금 누군가가 거칠게 술을 주문했고, 동전이 바 위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다리던 손 앞에는 술이 미끄러지듯 놓였다. 빠르고 조용한 서비스 덕분에 그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었고, 따라서 어떤 골칫거리에도 휘말리지 않았다.
그리고 골칫거리는 항상 존재하는 법이었다.
그 형태는 다양했다. 싸움을 걸기 위해 몸이 근질거리는 난폭한 싸움꾼, 목을 찌르는 단검으로 끝을 맺는 망토 쓴 자들의 거래, 혹은 그 무엇보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육중한 술집 문을 밀치고 들어온 어린 소녀.
마르신은 소녀가 콧노래를 부르며 깡충깡충 바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소녀의 뒤로 문이 쾅 닫혔고, 겨울의 찬 공기가 마지막으로 방 안을 휘몰아쳤다. 그 요란한 소리에 이미 소녀를 쳐다보고 있던 사람들은 물론, 당황해서 시선을 주지 못했던 이들의 눈길까지 모두 사로잡혔다.
소녀는 의자 위로 기어 올라갔고, 바의 가장자리 위로 간신히 머리만 내밀었다. 마르신은 아이의 밝은 빨간 머리칼, 손에 꽉 쥔 낡은 장난감, 등에 멘 해진 가방, 그리고 계절에 맞지 않게 짧은 소매의 누더기 드레스를 차례로 훑어보았다.
“무엇을 드릴까요?” 그가 물었다.
소녀는 의자 위에 서서 장난감을 카운터 위에 툭 내려놓고는 선반 위의 수많은 병을 빤히 바라보았다. 마르신은 그것이 한때는 잘 만들어졌으나 이제는 사랑을 듬뿍 받아 너덜너덜해진 곰 인형임을 알 수 있었다. 수년간의 고된 세월을 겪은 듯 팔다리의 실밥이 다 튀어나와 있었고, 인형의 생애 어느 시점엔가 단추 눈 하나는 잃어버린 상태였다.
“우유 한 잔 주실래요?”
마르신은 눈썹을 치켜올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도자기 주전자를 가져오기 위해 바의 끝쪽으로 걸어갔다.
“꼬마야, 혼자 돌아다니기엔 너무 늦은 시간 아니냐?” 굵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르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골칫거리는 항상 더 큰 골칫거리를 불러들이는 법이었다. 그는 선반에서 주전자를 내리며 다시 바 쪽을 바라보았다. 소녀 옆에 있던 덩치 큰 사내가 유일하게 남은 성한 눈으로 소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내 앞에 앉은 소녀는 거대한 산기슭에 놓인 조약돌처럼 작아 보였다. 그는 흉터가 가로지르는 근육 덩어리였고, 벨트에 매달린 밧줄과 사슬, 갈고리, 그리고 등에 메고 있는 거대한 칼은 그가 현상금 사냥꾼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소녀는 그를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저 혼자 아니에요. 티버가 같이 있어요. 그치, 티버?” 소녀는 곰 인형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었다.
현상금 사냥꾼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부모님이 분명 너를 애타게 찾고 있겠구나.”
소녀의 손이 아래로 툭 떨어지며 시선도 함께 아래로 향했다. “그렇지 않을걸요.” 소녀가 대답했다.
“어허,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너를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 주면 꽤 짭짤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거든.” 마르신은 현상금 사냥꾼의 머릿속에서 동전이 짤랑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는 벌써 소녀를 무사히 데려다주고 받을 보수를 계산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럴 수 없어요. 죽었거든요.” 소녀는 다시 의자에 앉아 곰 인형의 단추 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현상금 사냥꾼이 다시 말을 꺼내려던 찰나, 마르신이 쿵 소리가 나도록 머그잔을 카운터 위에 내려놓았다.
“우유 나왔습니다.” 그가 말했다.
소녀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우울했던 기분을 털어내고 환하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그녀는 인형을 테이블 위에 두고 가방 안쪽으로 손을 뻗었다. 마르신은 기다렸다. 소녀가 지불하는 동전이 무엇이든 그것을 충분한 대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예상치 못한, 육중한 주머니가 쾅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몇 개의 금화가 카운터 위로 굴러떨어졌고, 하나는 가장자리 쪽으로 굴러갔다. 마르신은 본능적으로 손가락을 뻗어 도망치려는 금화를 막았다. 천천히 금화를 집어 들어 올리자 그 묵직한 무게와 질감이 그것이 진품 녹서스 주화임을 증명했다.
“어이쿠!” 소녀가 킥킥거렸다.
마르신은 마른침을 삼켰다. 목이 순식간에 타들어 갔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기 전에 얼른 금화와 주머니를 소녀의 가방 안으로 밀어 넣으려 했다.
“참으로 작은 아이치고는 엄청나게 큰 주머니로군.” 현상금 사냥꾼이 지나치게 큰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티버가 찾았어요.” 소녀가 대답했다.
현상금 사냥꾼은 코웃음을 쳤다. “그래?”
“길에서 저를 막아선 아저씨한테 있었어요. 정말 나쁜 사람이었거든요.” 소녀는 우유를 한 모금 마시며 다시 곰 인형에게 집중했다.
“그거 안됐군…” 현상금 사냥꾼은 의자를 바짝 당겨 앉으며 주머니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소녀는 그를 올려다보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티버가 그 아저씨를 먹어버렸거든요.”
잠시 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러더니 현상금 사냥꾼의 웃음소리가 술집 안에 울려 퍼졌다.
“당연히 그랬겠지.” 그가 크게 웃었다. 그는 굵직한 손을 뻗어 소녀의 손에서 장난감 머리 부분을 낚아채듯 낚아챘다. “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괴물이 말이야.”
“티버 놓아주세요!” 소녀가 소리치며 곰 인형을 향해 손을 뻗었다. “티버는 잡아당기는 거 싫어해요.” 현상금 사냥꾼은 그저 더 크게 웃을 뿐이었다.
마르신은 손에 쥔 금화를 주머니에 넣고 뒤돌아서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뒤쪽으로 걸어갔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는 이곳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남아 왔다.
그때, 소녀의 목소리가 그를 멈춰 세웠다.
“말했잖아요. 티버. 놓으라고.”
그 말은 자갈이 굴러가는 듯한 거친 분노를 머금고 소란스러운 술집 안을 갈랐다. 마르신은 자신의 판단을 뒤로하고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소녀는 바 위에 서서 현상금 사냥꾼을 노려보고 있었고, 아이의 눈 속에는 분노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혼돈이 폭발했다.
소녀의 몸에서 눈부신 빛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터져 나왔다. 너무 늦었다. 마르신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팔로 얼굴을 가렸다. 그는 뒤로 비틀거리며 뒤쪽 선반을 들이받았다. 수많은 병이 그 주위로 박살 났고, 그는 멍청하게 망설였던 자신을 저주하며 바 아래로 몸을 숨겼다. 사내들의 비명과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가 타오르는 불길 소리와 함께 번져나갔다. 인간의 것이라 할 수 없는 굵고 괴기한 소리가 공기를 타고 울려 퍼지며 뼛속까지 진동시켰다. 마르신은 반쯤 눈이 먼 상태로 주방 쪽 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을 향해 기어갔다. 주변에서 비명 소리가 커지더니, 이내 끔찍한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멎었다.
그날 두 번째로, 마르신은 골칫거리를 피해야 한다는 자신의 철칙을 잊고 바 너머를 훔쳐보았다.
불빛을 등지고 거대한 괴수가 실루엣을 드러냈다. 굵은 힘줄들이 인형의 팔다리를 몸통과 연결하고 있었다. 마르신은 괴수 그 자체가 불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털 사이로 굶주린 불길이 춤을 추고 있었지만, 괴수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괴수는 갈고리 같은 손으로 머리채를 잡고 현상금 사냥꾼의 축 늘어진 피투성이 시체를 공중에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것은 괴수의 거대한 앞발 안에 든 무기력한 인형이나 다름없었다.
그 앞에는 어린 소녀가 불길에 휩싸인 채 서 있었다.
“네 말이 맞아, 티버.” 소녀가 말했다. “그 아저씨도 잡아당겨지는 건 싫어했어.”
마르신은 공포에 질려 방 안을 둘러보았다. 술집 안은 뒤집힌 의자와 테이블에 불이 붙어 짙고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피 냄새와 살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고, 마르신은 헛구역질을 참으며 기침을 쏟아냈다.
괴수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마르신은 신음 소리를 냈다. 그는 곰 인형의 빛나는 심연 같은 눈을 바라보며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고 마른침을 삼켰다.
불길이 타닥거리는 소리 위로 소녀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걱정 마세요.” 소녀가 괴수 뒤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며 말했다. “티버는 아저씨를 좋아해요.”
마르신은 꼼짝달싹 못한 채, 불타는 술집을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소녀와 그 뒤를 느릿하게 따라가는 괴수를 지켜보았다. 괴수가 육중한 문을 부숴버리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소녀가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 다시 한번 달콤한 미소를 지었을 때, 그는 넋을 잃고 말았다.
“우유 잘 마셨어요, 아저씨.”
그리고 소녀는 술집이 무너져 내리는 가운데 눈 내리는 밤 속으로 걸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