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태양이 내리쬐는 열기 아래, 상대와 나는 서로를 에워싸고 있었다. 나는 커다란 방패를 치켜든 채 뒤꿈치에 무게중심을 실었다. 방패에 새겨진 화려한 태양 문양이 눈부시게 빛나며 내 눈을 제외한 온몸을 보호해 주었다. 나는 웅크린 채 군화로 단단히 다져진 땅을 긁으며 굶주린 볼로르처럼 천천히 전진했다.
상대의 황금 갑옷이 먼지 속에서 얼룩덜룩한 빛을 반사했다. 투구 그림자에 가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눈은 내게 고정된 채 불타오르고 있었다. 나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정교하게 기회를 엿보았다.
상대가 뒤로 물러나 발판을 찾으려 시선을 잠시 옆으로 돌린 순간, 기회가 왔다. 마치 내 몸 밖에서 나를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의 훈련 덕분에 몸이 생각보다 먼저 반응하고 있었다.
나는 함성을 지르며 쇼린에게 돌진했다. 쇼린은 방패를 들어 방어하려 했지만, 나는 내 방패를 높이 들어 올린 뒤 내리찍어 상대의 앞쪽 무게중심을 무너뜨려 쓰러뜨렸다. 순식간에 내 검이 방패 너머로 뻗어 나가 상대의 목을 겨눴다. 상대는 검을 옆으로 치우며 그것이 치명타였음을 인정했다.
“방어는 좋았지만, 집중력이 흐트러졌어.” 나는 땀을 닦아내며 뒤로 물러나 경계 자세를 다시 취했다. “다시 한번 하지.”
쇼린이 신음했다. “아, 잠시만 쉬자, 티아리.” 쇼린은 검을 칼집에 넣고 팔에서 방패를 풀며 말했다. “우린 쉴 자격이 충분해.”
나는 몸을 펴고 투구를 벗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를 이겼으니 힘이 나야 했지만, 왠지 모르게 피로가 몰려왔다.
“그래, 그러자.” 나는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갑옷을 벗는 고된 과정을 시작했다.
쇼린은 나를 보며 웃더니 투구를 벗고 땋은 검은 머리를 어깨 뒤로 넘겼다. 갑옷 안의 덧옷을 벗자 솔라리 보병의 신입 단원다운 수수한 옷차림이 드러났다. 쇼린은 셔츠 앞섶을 잡아당겨 부채질을 했다.
“실력 좋던데.” 쇼린이 말했다. “네가 측면을 노출할 거라 생각해서 공격을 유도하려 했는데, 내가 틀렸어.”
“난 키가 더 크니까.” 내가 대답했다. 사실이었다. 쇼린은 평범한 체격이었지만, 나는 머리 하나는 더 컸고 훨씬 덩치가 좋았다.
“키 때문만은 아니야. 넌 훌륭한 군인이 될 재목이야. 게다가 정말 헌신적인 단원이지. 누가 쉬는 날에 훈련을 하겠어?” 쇼린이 다시 한번 웃어 보였다.
나도 미소를 지었다. “이게 나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면, 네가 앞으로 있을 시련을 더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거니까 기쁜 마음으로 하는 거야.”
쇼린은 장난스럽게 코웃음을 치며 내 앞에 허리에 손을 얹고 섰다. “넌 좋은 친구이자 훌륭한 전사야. 조만간 너만의 부대를 이끌게 될 것 같아.” 쇼린이 말했다. “네가 자랑스러워, 티아리.”
수년간 훈련을 거듭하며 꽤 실력도 쌓았지만... 내 마음은 그곳에 없었다. 다른 단원들처럼 전투에 나가는 것을 즐기지 않았고, 기도를 해도 뜨거운 열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 군대의 위용을 보며 자부심을 느끼지도 못했다. 모든 것이 공허하게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나는 스스로가 가짜처럼 느껴졌다.
내 시선은 타곤 산(LEAGUEOFLEGENDS)의 눈 덮인 비탈길로 향했다. 최근 들어 그 거대한 산을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다. 저 산을 오르면 어떤 기분일까? 위험을 무릅쓰고 보상을 얻기 위해 필요한 그 확신과 결단력은 무엇일까? 가슴이 조금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
겨울이 오기 전이라 태양은 따스했다. 곧 산맥에 내려앉을 혹독한 추위 앞에서는 그 온기도 미미해질 것이다. 나는 갑옷을 모두 벗고 고원 끝으로 걸어갔다. 아래쪽 봉우리에서 정오 기도를 드리는 사제들이 보였다. 화로의 불꽃이 멀리서도 밝게 빛나고 있었다. 골짜기에서는 목동들이 염소와 타무 무리를 이끌고 있었다.
나는 가까이에 우뚝 솟은 거대한 산을 돌아보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쇼린의 웃음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말했잖아, 넌 지금 집중하지 않고 있다고, 티아리.”
“아.” 얼굴이 화끈거렸고, 쇼린이 낄낄거렸다.
“새벽에 영광스러운 군대를 이끌고 전장으로 나갈 생각을 하니 설레지 않아?” 쇼린이 팔을 크게 벌려 군대의 규모를 표현하자, 나는 눈을 굴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미안해, 쇼린. 생각이 좀 많아서.” 내가 사과했다.
“물론 그렇겠지, 친구.” 쇼린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고, 나는 얼어붙었다. 쇼린은 나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시련까지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고, 넌 선발대 후보 1순위잖아. 다른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지.”
나는 실망감을 감추려고 고개를 돌렸다. 결국 쇼린의 눈에는 내가 그저 충실한 단원으로만 보이는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시련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불만족스러운 내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지만, 복잡한 감정들을 말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했다. 하지만 누군가 내가 느끼는 압박감을 이해해 줄 수 있다면, 그건 쇼린일 것이다. 그리고 내 마음을 진정으로 아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내 가장 가까운 친구일 것이다.
말하자.
“기대돼.” 나는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다.
“표정을 보니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쇼린이 내 곁에 섰다. 회색빛 눈동자가 내가 바라보던 곳, 산 위로 영원히 머무는 거대한 구름 층으로 향했다. 우리 둘 다 그 너머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티아리.” 쇼린이 입을 열다 멈췄다.
내가 고개를 돌리자 다시 한번 멈칫했다. 쇼린의 표정 속에 내가 느끼던 감정, 즉 갈망이 비쳐 보였다.
무엇을 향한 갈망일까?
“난 입단식에 참여하지 않을 거야.” 쇼린이 구름 층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뭐라고?” 나는 당황했다. “너... 우린 어릴 때부터 군인 놀이를 하며 자랐잖아! 네 아버지는 네가 걷기도 전에 검을 잡았다고 자랑하셨어. 평생을 이 훈련에 바쳤다고! 그런데... 그만둔다고? 왜? 어떻게?”
“그거야.” 쇼린이 타곤 산의 정상 쪽을 가리켰다.
산은 머리 위로 한없이 길게 뻗어 있었다.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쇼린의 표정은 확신에 차 있었다.
나는 입을 벌린 채 물었다. “진심이야?”
“죽음이 확실시되는 여정을 떠나는 것 말이야? 친구, 이렇게 진지했던 적은 없어.” 쇼린은 가볍게 웃었다. 산을 오르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었고, 예전부터 그래왔다는 듯이 쇼린은 짐을 내려놓은 듯 보였다. 나는 그 확신이 부러웠다.
“왜?”
쇼린이 무언가 깨달은 듯한 소리를 냈다. “산이 나를 부른다고 느낀 순간부터 나 자신에게 계속 묻고 있어.”
“이유도 모른다고? 하지만 넌 지켜야 할 명예가 있고, 솔라리 전사로서의 의무가 있잖아! 성위의 축복이나 힘을 얻고 싶다면, 강함을 증명하고 자신을 입증할 다른 방법들도 많아.” 나는 반박했다. “우리 그냥 훈련 계속하지 않을래? 거의 다 됐잖아—”
“난 그런 것에는 관심 없어. 힘도 원치 않아. 명예조차도.” 쇼린이 말했다. “그저 답을 찾고 싶을 뿐이야.”
“하지만... 네 가족들은.” 나는 쇼린의 여동생 하다에사와, 은퇴할 무렵 이미 승전보를 울렸던 아버지 윤듈린을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가족들에게 실망을 주는 거잖아, 그렇지 않아?”
쇼린이 미간을 찌푸렸다.
“너무 위험해. 가족들이 걱정할 거야. 그러다 실패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면 어쩌려고?”
한참 뒤에 쇼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네 말이 맞아. 아무것도 보장된 건 없지. 결정할 시간은 아직 남아있어.” 쇼린은 불확실하게 어깨를 으쓱했고,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어쩌면 내가 찾던 답이 보병단에 있을지도 모르지.”
“그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쇼린을 잃을 생각은 감히 할 수 없었다. “우린 방패 동료잖아. 내 곁에는 너 말고 다른 누구도 필요 없어.”
쇼린은 산을 한 번 올려다보더니 다시 갑옷을 입기 시작했다. “좋아, 티아리. 이전이랑 같은 동작으로. 이번에는 내가 어떻게 버티는지 봐.”
쇼린이 떠난 후에도 나는 훈련을 계속했다. 내 움직임은 숙련되고 정교했다. 완벽한 군인이 되는 것은 내 가족과 동족들에 대한 의무였다. 전사가 아니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태양이 산등성이 뒤로 넘어가기 시작하자 나는 투구를 벗고 석양을 바라보며 이마에 맺힌 땀을 말렸다. 수확철의 마지막 곤충들이 윙윙거렸지만, 곧 그것들도 잠잠해질 것이다. 멀리서 들려오는 염소 울음소리와 저녁 식사 준비를 위해 피어오르는 연기는 평화롭고 위안이 되었다. 곧 사촌인 아누아(LEAGUEOFLEGENDS)와 함께 저녁을 먹을 생각에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아누아는 고집이 세긴 했지만, 나는 사촌을 신뢰했다. 그녀는 항상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알고 있었다. 내가 느끼는 혼란과 답을 찾고자 하는 갈망을 그녀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나는 쇼린이 했던 말을 곱씹었다. 왜 가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떠날 수 있다는 말인가? 나는 내 여정에 대해 그렇게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이 기분이 곧 지나가기를 바랐다. 나는 수석 단원이었고, 섬겨야 할 가족과 신앙이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내가 맡아야 할 역할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내게는 친구가 있고, 신앙이 있고, 가족이 있고, 명예가 있다. 그런데 왜 이 모든 것이 마치 남의 인생을 사는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른 나는 돌을 하나 집어 저물어가는 태양을 향해 던졌다.
나는 갑옷과 검, 방패를 챙기며 내 물건들을 정리했다. 무기를 들어 올릴 때, 칼날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마치 낯선 사람을 보는 기분이었다. 마음이 무거운 고독한 라코어인이었다. 하지만 동족들은 나를 군인이자 지도자, 태양과 어둠의 전쟁에서 싸워야 할 숙련된 라코어인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나를 그렇게 본다면... 나는 그렇게 되어야만 했다.
첫눈이 살짝 내려앉았다. 시련이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왔음을 알리는 징조였다. 다른 단원들과 나는 추위 속에서 마을 비탈길을 행군했다. 태양이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동안 우리의 체력과 신앙심을 시험하는 것이었다.
나는 뛰어나기 위해 나 자신을 몰아붙였다. 군인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면, 적어도 군인인 척이라도 해야 했다.
쇼린은 내 곁에서 방패 동료로서 함께했다. 산이 부른다는 말은 더 이상 하지 않았기에, 나는 쇼린이 남기로 했다고 짐작했다. 그 점에 있어서는 감사했다. 쇼린이 곁에 있으면 덜 외로웠으니까.
나는 좁은 길 모퉁이를 돌며 딴생각에 빠져 있었다. 솔라리 기도를 읊조리던 중 쇼린이 비명 지르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쇼린이 발을 헛디디는 모습이 보였다.
쇼린이 벼랑 끝에서 위태롭게 흔들리자, 나는 검과 방패를 던져버리고 친구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마법 방패를 만들어내려 보호 마법을 뻗었지만, 이미 늦었다. 쇼린이 딛고 있던 바위가 절벽에서 떨어져 나갔고, 쇼린은 아래로 추락했다.
나는 친구를 따라 절벽 아래로 제일 먼저 달려 내려갔다. 주의 깊지 못했던 나 자신을 저주하며 끔찍한 광경을 마주했다. 차마 쇼린을 잔해 속에서 들어 올릴 엄두가 나지 않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쇼린은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고, 나는 친구의 머리를 무릎에 받쳤다.
솔라리 사제 중 한 명이 신비로운 불꽃을 손에 피우며 다가왔지만, 이 부상은 간단히 치유될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사원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동료들이 쇼린을 들것에 실어 마을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내 마음은 무너져 내렸다. 쇼린이 다시는 걷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졌다.
며칠 후, 쇼린이 본가로 돌아왔을 때 방문을 허락받았다. 여동생과 아버지는 차갑지만 예의 바르게 나를 맞이했고, 쇼린의 방으로 안내했다.
어린 시절 친구인 쇼린은 수제 담요와 베개들에 기댄 채 침대에 앉아 다리를 뻗고 있었다. 방 안으로 들어와 곁에 앉자, 쇼린은 피곤하지만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침대 곁에는 작은 선물과 장신구들이 놓여 있었다. 그중에는 내가 쇼린의 아버지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던 솔라리 문장이 새겨진 펜던트도 있었다.
“쇼린.” 가슴과 목이 메어왔다. “정말 미안해—”
“뭐가?” 쇼린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을 끊었다.
“그게... 내가...” 나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우물거렸다. “난 네 방패 동료였어. 제때 널 붙잡았어야 했는데. 내 마법도...” 나는 손을 들어 보이다가 힘없이 무릎 위로 떨구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쇼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정말 네 탓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응!” 나는 불쑥 대답하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태양의 군인은 아군을 위해 빛을 비춰야 하니까.”
쇼린은 고개를 저었다. 눈 밑이 퀭해 보였다. “물론 적과 싸우고 있을 때는 그렇지만, 산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지는 것까지 방어할 수는 없잖아.” 쇼린이 웃다가 찌푸렸다. “사실 그 훈련 때 내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어. 네가 얼마나 주의를 기울였든, 그 사고를 막지는 못했을 거야.”
가슴이 철렁했다. “설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 내가 물었다. “시련을 피하려고...”
쇼린이 코웃음을 쳤다. “작별 의식 때까지 산을 오르고 싶었다면, 최고의 상태여야 하지 않겠어?”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쇼린을 믿었지만, 상황이 불안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글쎄.” 쇼린이 말했다. “솔직히 잘 모르겠어. 산이 나를 부른다는 느낌을 계속 받아. 그 여정... 그게 내가 필요했던 거야. 전사가 되기 전에 내 몸을 망치려던 건 아니었어. 하지만 이제 두 길 모두 막혀버렸네.” 쇼린이 씁쓸하게 웃었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생각이 복잡했지만, 솔직해져야 했다. 쇼린이 처음 야망을 드러냈을 때 하지 못했던 말을 해야 했다.
“나...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 내가 말했다. “그 답을 찾고 싶다는 마음... 여정이 무엇을 밝혀낼지 알고 싶은 그 마음.” 잠시 멈추자 쇼린이 기대에 찬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난 모든 걸, 이 모든 걸 뒤로하고 떠날 수는 없어.”
그렇지?
“티아리.” 쇼린이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했다. “넌 가야 해.” 내가 반박하려 하자, 쇼린이 의지를 담아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네 안에서 보여. 예전부터... 계속 봐왔어.”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떻게? 어떻게 나보다 먼저 쇼린이 그걸 알 수 있었을까?
쇼린은 막연하게 손짓했다. “더 중요한 건, 나도 그걸 느낀다는 거야. 그리고 친구야, 더는 무시할 수 없어. 네가 변화를 원한다는 걸 느껴.” 쇼린이 한숨을 쉬었다. “이게 시련 전 마지막 작별 의식이야. 네가 가지 않으면 보병단에 입단하게 될 거고, 만약 그곳에서 직위를 버린다면... 그건 불명예스러운 일이야. 산에서 돌아온다 해도 가족들은 너를 완전히 외면할 거야.”
쇼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지금이야. 넌 가야만 해.”
생각이 흩어지는 기분이었다. “이건... 너무 갑작스러워. 넌 전부터 원했겠지만, 난 이 감정이 뭔지 이제야 알았단 말이야. 그렇게 충동적으로 선택할 수 없어! 시련도 치러야 하고, 태양의 이름으로 봉사도 해야 하고—”
그리고 다른 단원들에게, 아누아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나는 침묵에 빠졌다. 이 등반을 떠난다는 생각이 마음속 무언가를 건드렸고, 나는 설레고 있음을 인정해야 했다. 쇼린이 예전부터 나를 보며 알아챘다면, 아마도 그 끌림은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지난 몇 년간 정말로 산을 올려다보고 있었던 걸까?
생각해 보니 모든 것이 명확해 보였다. 산을 바라볼 때 나는 단순한 기회 이상의 것을 보았다. 굽이치는 길과 솟아오른 정상을 보며 희망을 느꼈다. 그 부름을 느꼈다.
그리고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갈망이었다.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라두아크(LEAGUEOFLEGENDS)와 상의해 봐.” 쇼린이 말했다. “그는 산의 길을 알고 있고 많은 라코어인들에게 그 신비에 대해 조언해 왔어. 그가 도와줄 수 있을 거야.”
나는 솔라리 보병단에 잘 어울리는 인재라는 걸 알고 있었다. 훌륭한 군인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다른 무언가를 위한 존재였을까?
라두아크는 나와 사촌의 사촌 관계였고, 쇼린의 말대로 그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었다. 그는 유명한 신비가였고 통찰력이 뛰어났다.
어린 시절 마법이 발현되었을 때 삼촌이 나를 데려간 이후로 그를 본 적이 없었다. 당시 그는 내 능력의 추가 발전을 어떻게 지켜봐야 할지 조언해 주었다. 내 재능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기에 나는 그와 함께 훈련을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그는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산기슭에 살았고, 거처는 산을 깎아 만들어져 있었다. 깎인 바위와 매끄럽게 어우러지도록 정교하게 만들어진 나무 문 앞에 서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할 무렵, 문이 안쪽으로 열리며 라두아크가 나타났다. 그는 숱 많은 흰 눈썹을 치켜세우며 놀라워했다. “티아리?”
“네, 선생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잠시 말씀 나눌 수 있을까요?” 그의 탐색하는 시선 아래서 어색하게 몸을 움직이며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나를 바라보다가 안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물론이지. 삼촌이 너를 데려왔던 게... 벌써 10년 전인가?” 그는 잘 정돈된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앞장섰다. “남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지키는 능력, 우리들이 사랑하는 수호자와 닮았지. 인상적이고 중요한 힘이야, 특히 어린 전사에게는.”
“네, 선생님.”
라두아크의 집 안은 어릴 때 엄청나게 커 보였는데, 지금 보니 다소 비좁게 느껴졌다. 거친 벽과 천장에는 어지러운 별자리와 기호들이 새겨져 있었다. 작은 책상들 위에는 두루마리와 양피지가 널려 있었다. 나는 별자리 모양의 모빌 아래로 고개를 숙여 지나갔다.
“그래서, 전사가 되는 길에 축복을 빌러 온 건가? 아니면 그 능력을 활용하는 법을 물으러 온 건가?”
나는 거대한 책장이 놓인 벽에 기대어 주저했다. 군인이 되는 길이 내 마음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 나를 불충실하다고 생각할까?
“다른 일 때문입니다.” 내가 솔직히 말했다.
“오?” 작은 혼천의를 살피던 라두아크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럼...?”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최근 들어... 어떤 부름을 느꼈습니다. 이전에는 몰랐던 무언가입니다. 단순한 야망 이상의, 나에게 직접 말을 거는 듯한 무언가 말이죠.” 나는 몇 번이나 오면서 생각했던 말을 더듬거리며 꺼냈다. “말하자면... 타곤 산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올라가 보고 싶습니다.”
그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말을 들은 것처럼 표정이 그대로였다. “그래서?”
나는 기운이 빠졌다. 이 엄청난 도전을 말하는 게 반응을 이끌어낼 줄 알았다. 모든 것을 버리고 불가능에 가까운 산을 오르며 재앙적인 파멸을 무릅쓰는 이야기를 했는데도 부족한가? “그래서... 이 길이 옳은 길인지 조언을 구할 수 있을까 해서요.”
라두아크의 표정이 부드러운 즐거움으로 풀어졌고, 그는 낄낄거렸다. “네 길은 네가 결정하는 거다, 티아리. 나는 별을 차트로 만들고 의미를 해석할 뿐, 미래를 예언하지는 않는다.”
나는 다시 어색해진 기분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아, 물론입니다, 선생님.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제 말은... 별을 바라보실 때 무엇이 보이시는지, 저를 도울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라두아크가 웃었다. “넌 무엇이 보이느냐?” 그가 대답하자, 우리 머리 위의 밤하늘이 생명을 얻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징들이 빛을 내며 내려오자 내 눈이 커졌다. 너무나 가까워진 별들을 만지려고 손을 뻗었지만, 손은 별을 통과했다. 별빛이 내리쬐는 곳에서 열기를 느꼈다고 맹세할 수 있었다. 나는 조용히 경외감을 느끼며 별들을 응시했다.
“너의 재능은 남을 보호하는 데 적합하니, 발로란(LEAGUEOFLEGENDS)의 방패, 타릭(LEAGUEOFLEGENDS)의 이야기를 해주마.” 라두아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존재감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수호자는 라코어인이 아니었다. 그는 북쪽으로 수 마일 떨어진 페트리사이트의 도시, 데마시아(LEAGUEOFLEGENDS)에서 태어났다. 군인이자 경비병이었던 그는 아름다움과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숲과 평원의 장엄함, 새소리, 훌륭한 예술 작품에서 기쁨을 찾았다. 그의 심장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많은 것들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타릭에 대해 알고 있었다. 내 사촌 아누아를 포함한 많은 라코어인들이 그를 숭배했다. 그는 삶과 아름다움을 지켜보는 수호자였기 때문이다. 나는 태양을 숭배하며 살았고, 태양 또한 신도들의 보호자였기에 그에게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타릭은 산을 오르기 전에는 평범한 필멸자였고, 산에 올라 성위로부터 엄청난 힘을 부여받았다. 그가 등반 전에 전사였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우리 이야기는 이미 얽혀 있었다.
“그가 군인으로 복무하던 시절, 그는 잠시 한눈을 팔았고 그때 적들이 들이닥쳤다.” 내 앞의 밤하늘이 위험하게 번쩍였다. 별들이 하나둘씩 꺼져갔다. “그가 지키기로 맹세했던 동료 군인들이 쓰러졌다. 자신의 태만함에 대한 처벌을 받을 것을 알면서도, 그가 짊어진 가장 무거운 짐은 동료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었다.”
쇼린. 작은 별들이 흐릿해졌고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그 죄책감, 그 수치심을 나는 알았다.
“타릭은 타곤 산을 오르라는 판결을 받았다. 많은 이들이 그가 눈앞의 과업에 압도되어 망명을 떠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는 도전을 받아들였다. 데마시아인들은 그가 성공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그가 성공한다면, 그는 속죄의 보상을 받을 것이었다. 하지만 산의 위대한 힘을 모르는 필멸자가 어떻게 혼자 타곤 산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나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정말 어떻게 그랬을까?
“그는 여정에서 많은 도전을 맞이했다. 전사로서의 체력을 시험받았을 뿐 아니라, 의지도 시험받았다. 그가 지키지 못한 동료들의 환영이 그를 괴롭혔다. 약탈당하는 군대들이 도시를 불태우며 아름다운 예술 작품들이 훼손되고 파괴되는 환영도 보았다. 그가 소중히 여겼던 아름다움과 삶이 거듭 끝을 맺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그리고 수호자의 성위가 그가 가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타릭의 얼굴이 별자리처럼 내 앞에 나타났다. 그의 눈은 반짝이는 별들이었고, 무엇보다 밝게 불타오르는 두 점의 빛이었다. 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지... 그렇지?
나는 고개를 돌려 라두아크를 보았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나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었다.
“다시 봐라, 티아리.” 그가 부드럽게 말하며 소용돌이치는 별들을 가리켰다. 어둠이 있던 곳에 눈부신 빛이 있었다. 나는 별들 사이로 겹쳐진 내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누군가—다른 누군가—의 모습과 함께.
새로운 별자리의 패턴 속에서 나는 자비롭고 평화로우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보았다. 그 인물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그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 그녀는 제가 본 적 없는 사람이에요. 이게... 성위인가요?”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지.” 그가 중얼거렸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나는 그녀를 보았다. 나는... 내 자신을 보았다.
“그녀의 별들 속에 네 얼굴이 보이느냐?” 라두아크가 물었다.
별자리가 다시 끝없는 밤하늘로 돌아가 사라질 때까지 내 눈길은 그곳에 머물렀다.
나는 압도되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라두아크가 손을 휘젓자 빛들이 사라졌고, 방 안은 다시 어둠에 잠겼다.
그는 내 어깨에 부드러운 손을 얹었다. “네가 본 것... 그건 너만이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내 유일한 조언은, 네 마음을 믿으라는 것뿐이다.”
나는 라두아크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나왔다. 정신이 혼미했다. 거처를 나와 눈 덮인 비탈길로 나서자 입김이 하얗게 흩어졌다. 집으로 서두르며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볼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시련까지는 2주도 남지 않았다. 작별 의식은 일주일 후였다.
집에서 불안하게 서성거리는 동안, 어젯밤에 본 별자리가 그전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고 밝게 떠올랐다. 그것은 내 마음속에서 등대처럼 빛났다. 내가 되어야 할 존재이자, 해야 할 일이며, 아직은 손에 닿지 않는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나는 생각을 떨쳐내려 애썼다. 무엇이든 나를 위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산을 오르는 이들은 증명할 것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동족들의 눈에 나는 이미 충분히 증명된 사람이었다.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을 때까지 전사로 봉사할 것이다. 그러고 나면 은퇴하거나 가정을 꾸릴 것이다. 그게... 맞는 것 아닌가?
맞아야만 했다. 하지만 부름은 계속되었다. 일단 들려온 이상 더는 침묵할 수 없었다.
사촌 아누아와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녀라면 나를 인도해 줄 것이 분명했다.
두꺼운 외투와 장갑을 챙겨 입고 현관의 은빛 거울 앞에 멈춰 서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내 얼굴이 보였지만, 머리카락이 떨어지는 방식이나 자세에서 별에서 본 여인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게다가 이전에는 없던 무언가가 내 안에 생겨 있었다.
확신이었다.
“어리석은 짓이야.” 아누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진흙 컵에 손가락 끝을 담갔다가, 물에 닿을 뻔하자 데지 않으려 손을 뺐다. 나는 그녀 사이의 낮은 탁자 건너편으로 손을 뻗어 내어주지도 않은 차를 가져왔다.
“어리석어.” 나는 희미하게 따라 말했다. 직설적인 선언이었지만, 아누아라면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다른 이들은 예언자에게서 더 많은 신비주의를 기대하겠지만, 나는 그녀가 절대 돌려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동의한다는 듯 낮은 소리를 냈다.
“왜?”
“너무 갑작스러운 결정이야, 티아리.” 그녀는 컵을 입가로 가져가 김을 불어내고는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셨다. “우리 부족은 평생을 이 등반을 위해 준비해. 그런데 넌... 기분 내키는 대로 하겠다고?”
“기분 내키는 대로가 아냐, 아누아. 별들 속에서 무언가를 봤어. 얼굴을. 내 얼굴을.” 나는 내가 무엇을 봤는지, 무엇을 느끼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해 머뭇거렸다. “이건... 부름이야.”
“그건 부름이 아냐.” 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머리를 저었다. 귀에 꽂은 작은 돌들과 붉은 머리카락에 땋은 돌들이 딸랑거렸다. 나는 화가 치밀었다. *정말 단호하네.*
“그럼 뭐라고 생각하는데?”
아누아가 코웃음을 쳤다. “망상이지. 넌 훈련은 안 하고 너무 오랜 시간을 공상하며 보냈어.” 그녀가 뻣뻣하게 말하며 차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이미 단원으로서 실력을 증명했어. 이번은 단순한 기대를 따르는 게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걸 쫓을 기회라고.”
“어릴 때 보병단에 들어가겠다고 고집부리던 어린 라코어인이 기억나는군.” 그녀가 얄밉게 말했다. “너라면 아주 잘할 거야. 왜 주어진 것 이상을 원해?”
“어떻게 보일지 알아.” 그녀가 이렇게 빨리 반박할 줄은 몰랐기에, 그녀의 판단 아래에서 나는 확신을 담아 말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난 변했어. 부름을 느꼈다는 게 바로 그 뜻이야.”
아누아에게는 예지력이 없었지만, 그녀는 내게 비난의 시선을 꽂아 넣었다. “충동적인 행동은 너답지 않아. 단원으로 보낸 시간만으로 그런 여정을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어리석어.”
“타릭은 훈련도 없이 해냈잖아.” 나는 반박했지만, 내 말에 그녀가 굳어지는 것을 보고 저주라도 내뱉은 것처럼 수치심이 들었다.
그녀는 보호 본능을 느끼는 듯 목에 걸린 보석들을 움켜쥐었다. 그녀와 그녀의 교단은 그 보석들이 수호자에게 직접 선물 받았다고 믿고 있었다. “티아리.” 그녀가 낮고 경고하듯 말했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타릭도 군인이었잖아, 그렇지 않아? 내 길도 그랬고.”
“그럼 넌 지금 군인답지 않게 행동하고 있다는 걸 알겠네. 의무를 저버리려는 네 명예는 어디 있지?”
나는 몸을 꿈틀거리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쇼린에게도 같은 말을 했었지.*
“타릭과 나는 비슷한 점이 너무 많아.” 나는 말했다. “그가 할 수 있었다면—”
“타릭은 속죄를 위해 산을 올랐어. 너는 명예로운 자리에 가는 길 위에 있고. 왜 그걸 던져버리려는 거야?” 아누아가 좌절하며 소리쳤다. 그 행동이 찻잔을 엎을 뻔했다. 내가 찻잔을 옮기자 그녀가 손을 뺐다. “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어, 티아리. 우리 같은 필멸자가 그런 비교를 하거나, 초자연적인 방법을 통해 그가 했던 일을 이룰 수 있다고 바라는 건 아니야.” 그녀는 탁자 위에 찻잔을 쾅 내려놓았다.
그 탁자는 그녀의 아버지가 만든 것이었다. 또 다른 가문의 가보. 또 다른 침묵의 기대. 얼굴이 화끈거렸다. 긴 침묵이 흘렀다.
“미안해, 사촌아.” 그녀가 주저하며 말했다. “가족들은 너를 사랑해. *나도* 널 사랑하고. 네가 해를 입거나 더 나쁜 일을 당할까 봐 생각만 해도 견딜 수 없어...” 그녀가 몸을 떨었다.
“아누아.”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위험한 건 맞아. 하지만...” 나는 한숨을 쉬었다. “네 교단이 믿는 수호자에 대한 그 믿음... 나에게 빌려줘. 그와 너의 힘을 빌려줘. 그라면 나를 격려해주지 않았을까? 네 축복 없이 이 등반을 시작하고 싶지 않아. 너의 믿음이 나를 이끌 거야.”
아누아는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쇄골에 놓인 보석들을 스쳤고,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우린 함께 자랐어. 남매나 다름없지.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축복을 줄 수 없어.” 그녀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네 인생이 시작되기도 전에 끝날지도 모른다는 걸 아는데 어떻게 축복하겠어.”
나는 고개를 숙였다.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심장 박동이 귀를 때렸고 둔탁하게 울렸다. 목 안의 덩어리 때문에 침을 삼키기 힘들었다. “아누아...”
“더는 말하지 않겠어.”
나는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참으려 이를 악물었다. *나를 사랑한다면서 어떻게 이해해보려 하지도 않는 거지?* 내 여정이 시작되기도 전에 끝나는 것 같았다.
“알았어.” 나는 천천히 일어나 찻잔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럼 축복 없이 떠날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고, 내가 잠시 더 서 있는 동안에도 바닥만 내려다보았다. 떠나기 전에 사과나 행운을 빌어주길 바랐지만... 그녀는 침묵했다.
“잘 있어, 사촌아.”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외투와 장갑을 챙겨 들고 서둘러 고개를 돌려 문을 조용히 닫고 나왔다.
눈 덮인 길로 나서며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차가운 공기가 화끈거리는 얼굴을 식혀주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흐느꼈다.
시련이 가까워지자, 거의 모든 단원이 훈련에 열을 올렸다. 나도 몸과 마음이 지칠 때까지 훈련과 연습을 반복했다. 복잡한 생각을 떨쳐내기에는 그게 더 나았다.
화가 났고, 절망했다. 아누아가 맞는 걸까? 결국 그녀는 나를 지키고 싶어 하는 거니까. 하지만 내 생각은 계속 등반으로 돌아왔다. 이 여정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어떻게 상처를 줄 수 있을까?
계속해서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그것들을 싸워 이겨내려 했고, 훈련 속으로 몰아넣었다. 생각들이 떠오를 때마다 그것들을 잘라내고 방패를 들어 올리며 연습에 몰두했다.
하루의 훈련이 끝날 무렵 단원들과 헤어졌다. 그들은 나에게 친절하게 내 실력을 칭찬했지만, 그 칭찬은 공허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저 우울한 의무를 수행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터벅거리는 발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쇼린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았다. 쇼린은 지팡이에 의지한 채 절뚝거리고 있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던 걸까? 나는 취약함과 원망, 그리고 죄책감을 느꼈다.
“내 훈련이 그렇게 엉망이야?” 내가 쏘아붙였지만, 쇼린은 그저 웃으며 내 화를 쉽게 받아넘겼다.
“알다시피 네 실력은 완벽해.”
쇼린의 태도는 너무나 차분했고, 그 진실된 성품은 너무나 분명했다. 죄책감이 두 배로 커졌고, 엉뚱한 곳에 쏟은 조급함까지 더해졌다.
“아누아한테 다녀왔다며.”
나는 당황스러운 얼굴을 숨기기 위해 시선을 아래로 돌리고 발밑의 돌을 걷어찼다. “그래서?”
쇼린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티아리, 정말 원하는 게 이거야?”
나는 시선을 고정한 채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갑자기 창의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져서 끝을 땅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이 결정의 무게는 내 무기만큼이나 무거웠다. 알기가 너무 어려웠다. “쇼린...”
나는 적절한 말을 찾으려 애썼다. 단원으로서 내 의무를 다하고 싶다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다시는.
“우린 태양이나 별 같은 상수(常數)에 맞춰 살아가. 그 영향력의 증거가 어디에나 있거든.” 나는 방패를 내리며 돌아섰다. “내 직관만을 믿어야 한다면 어떻게 이 결정을 내릴 수 있겠어?”
쇼린이 내 곁에 와서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내 친구야.” 쇼린이 말했다. “주어진 대로만 살고, 남들이 이해하는 방식대로만 산다면, 너는 만족할 수 있을까?”
나는 햇살 아래 멍하니 서 있었다. “아니, 하지만—”
“그냥 짝을 찾고, 산기슭의 마을이나 골짜기의 농장에서 남은 생을 보낸다면 만족하겠어?”
“아니.”
“농사짓는 너는 상상이 안 가긴 하네.” 쇼린이 농담했다. 쇼린은 진지해지며 나를 툭 쳤고, 나는 고개를 들어 눈을 맞췄다. “네가 느끼는 고통이 보여, 티아리.”
낮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쇼린은 정말 나를 알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지 못하는 고통, 그리고 너를 부르는 것을 쫓지 못하는 고통 말이야.” 쇼린이 어깨를 잡고 부드럽게 흔들었다. “불확실함은 망설임이 아냐, 친구. 넌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전사가 되길 꿈꿨지만, 너 자신도 사랑해야 해... 네 마음을 존중할 때만이 그럴 수 있어.”
쇼린이 떠난 후, 나는 해가 진 뒤까지 먼지투성이의 골짜기에 서 있었다. 달은 아주 가느다란 초승달이었고, 밤하늘은 별들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눈을 감고 라두아크가 보여주었던 별자리를 떠올렸다. 그러고 나서 위를 올려다보았다. 시야 한구석에 그 얼굴이 다시 보였다. 그녀의 얼굴. 나의 얼굴.
그녀가 미소 지었고, 그 미소에는 약속이 담겨 있었다. 내가 부족했던 확신이었다.
쇼린이 했던 말, 라두아크, 심지어 아누아의 말을 떠올렸다. 어디로 향하는지 알 필요는 없었다. 내가 가야 할 길임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별자리의 여인을 “여행자”라고 불렀고, 그녀가 이끄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야 한다는 것을 마음 깊이 깨달았다.
나는 무기를 챙기고 솔라리의 갑옷을 벗어 던졌다. 마지막이 될 것임을 알면서.
거대한 문턱으로 이어지는 고대 돌계단 아래, 나는 등반가들의 작은 무리 속에 서 있었다. 솔라리 사제가 맹세를 하기 전 축복을 내려주고 있었다.
의식은 축하라고 하기엔 너무나 엄숙하고 암울했다. 우리는 구경꾼들과 응원을 보내는 사람들 앞에 섰고, 정오의 태양 아래 우리들이 버리고 떠나는 모든 것—집, 세속적인 재물, 이전의 맹세들—을 포기하고 등반의 자유를 얻겠다고 맹세했다. 실패했을 경우 우리의 시신을 수습하거나 묻어줄 사람이 없기에, 사제는 우리 머리 위에 흙을 뿌리며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이제 남은 것은 문턱을 넘어 떠남을 알리는 것뿐이었다. 이제는 친구나 가족들과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 내 능력이 발현되었을 때 삼촌이 선물해 준 지팡이를 꽉 쥐었다. 삼촌은 내가 이 지팡이를 감당할 만큼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맞았다.
아누아에게 등반한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어서 아버지인 삼촌에게 알렸고, 삼촌은 엄숙한 태도로 받아들였다. 아누아는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를 찾아보았다.
보이는 것은 쇼린뿐이었다. 가슴이 벅차올랐지만, 기쁨 뒤에는 슬픔이 밀려왔다. 아누아는 오지 않았다.
슬픔을 억누르고, 내 앞에 펼쳐진 여정을 완수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떠나는 다른 라코어인을 바라보았다.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온 청년일지도 모른다. 그는 산의 신전 관리인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등반 목적이 종교적인 것 같았다. 권력이나 영광, 행운을 찾으려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묻지 않기로 했다. 추측조차 망설여졌다. 나만의 이유가 있듯이, 타인의 이유도 존중해야 했으니까.
의식을 주관하는 사제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더 주의 깊게 들었어야 했는데, 생각이 너무 많았다. 산 정상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계획한 경로를 되짚어 보았다. 올라갔다가 살아 돌아와 이야기를 전한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특정 지점 너머로 가보지 못했다. 그곳부터는 산세가 미로처럼 변하고 계속해서 움직여서 지도를 그릴 수조차 없다고 했다.
라두아크가 말했듯, 의지의 시험이었다.
쇼린과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쇼린의 축복은 평소처럼 활기찬 태도로 전달되었다. 마치 내가 쇼린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쇼린은 그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위해 진심으로 기뻐하며 내 사과와 감사의 말을 엄하게, 하지만 다정하게 물리쳤다.
“네 훈련이 힘든 구간을 이겨내게 해줄 거야.” 쇼린이 내가 지난 며칠 동안 작성하고 주석을 달았던 지도를 훑어보며 자신감 있게 말했다. “넌 이미 수많은 시험을 치르고 통과했잖아.” 쇼린이 내 가슴을 가리켰다. “가장 중요한 건, 너 자신을 믿는 거였어.”
우리는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다. 다시 만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이 일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쇼린이었다. 나는 지팡이에 의지해 천천히 물러나는 쇼린을 지켜보았다. 쇼린은 친구와 가족들의 환영을 받았다. 나는 그들을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더 가벼워졌다.
등반가들이 하나둘 떠나며 군중이 줄어들었다. 저마다 혼자서 다른 길을 택했다. 나도 곧 그 독립을 맞이할 것이다. 문턱을 넘을 차례를 기다리며 마음을 다잡고 있을 때, 아누아가 아버지를 따라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타곤 산 정상에 닿을 때까지 흘릴 눈물을 이미 다 흘렸다고 생각했는데, 아누아를 보자 다시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내 안도 섞인 울음소리를 들었는지, 내 목소리를 알아듣고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띠었다.
“티아리.”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내 심장 위에 그녀의 손바닥을 대고 내 손으로 감쌌다.
“사촌아.” 목이 메어 눈물을 닦으며 간신히 말했다. “와줬구나.”
그녀가 망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했던 말을 생각해 봤어. 여전히 이해할 순 없지만... 받아들이기로 했어. 네게 중요한 일이니까, 그리고 난 언제나 널 사랑할 거니까. 작은 축복이 네 여정에 차이를 만들 수 있다면, 그걸 주지 않는 건 어리석은 짓이지.”
그녀는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것과 거의 똑같은 연푸른 수정 목걸이를 꺼냈다.
“수호자여, 우리의 사랑하는 사촌을 지켜주소서.” 그녀가 하늘을 향해 목걸이를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타릭, 우리를 해칠 수 있는 것들로부터 방패가 되어주소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앞을 비춰주소서. 우리가 스스로 견뎌낼 수 있도록 힘을 빌려주소서.” 그녀는 목걸이를 내리고 내 목에 걸어주었다. “특별히 우리 사촌을... 하지만 뒤에 남은 우리들을 위해서도.”
나는 목걸이를 꽉 쥐었다. 수정은 차갑고 약간 거칠었다. “고마워. 고마워, 아누아. 정말 큰 의미가 있어. 항상 차고 다닐게.” 묻는 것이 순진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물었다. “이게... 나를 지켜줄까?”
아누아가 슬프게 미소 지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 사촌아.”
나는 그녀와 아버지에게 작별 인사를 했고, 곧 그들도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출발 준비를 하는 다른 이들 중 혼자 있는 젊은 여자가 보였다. 처음 보는 복장이었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만든 것 같았지만, 산악인들이 입는 흙빛과는 달랐고, 군사적인 땅에서 온 사람들처럼 중무장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익숙한 얼굴을 찾으려는 듯 이따금 위를 올려다보았지만, 곧 짐과 옷가지를 확인하며 등반을 준비했다.
그녀에게 연민이 느껴졌다. 발치에 놓인 선물도 없었다. 그녀는 완전히 혼자였다. 결의에 찬 표정이었지만 그 아래의 슬픔은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곳에 있었다.
이런 의미 있는 순간에 친구와 가족들에게 힘을 빌릴 수 있는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다시 한번 생각했다. 나도 다른 이들에게 그렇게 해줄 수 있을 터였다.
결국, 수호자라면 그랬을 테니까.
나는 긴장을 열정으로 바꾸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안녕.” 내가 웃으며 말하자, 그녀는 그 친근한 인사가 거짓이길 예상한다는 듯 내 얼굴을 훑었다. “작별 의식 때 봤어. 라코어인이 아닌 사람이 산에 오는 건 드문 일이라 놀라워서.”
“그래, 난 라코어인이 아냐.” 그녀가 내 표정을 읽으려 하며 대답했다. 내 변함없는 밝은 태도에 잠시 후 그녀는 씩 웃으며 나를 훑어보았다. “이름이 뭐야?”
“티아리.” 장갑 낀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악수를 했다. 손아귀 힘이 단단했다. 전사의 악력이었다. “헤일리(LEAGUEOFLEGENDS).” 그녀가 말했다. “만나서 반가워, 티아리. 그래서, 산을 오르려는 거야?”
“응.”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너랑 같이 오르면 좋겠는데.”
헤일리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더 이상 의심하는 눈빛이 아니라 진심으로 놀란 듯 보였다. “나랑 같이 가자고?”
“같이 올라간다면, 협력할 때 성공 확률이 더 높을 것 같아서.”
그녀는 할 말을 잃었다. 나는 지팡이에 기댄 채 기다렸다.
잠시 후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의식 때 다른 사람도 있었어. 나처럼 외부인이었지. 데마시아인인 것 같아—에미르? 산을 잘 아는 사람 같던데. 그럼 우리 여정에 도움이 될 거야. 세 명이라면... 그렇게 가망 없는 일은 아니겠지. 어떻게 생각해?”
설렘이 차올랐다. “그거 좋네.”
“좋아. 그를 찾아볼게.” 그녀가 출발하려다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미소가 진심 어린 미소가 되었다. “같이 여행하게 되어 기뻐. 넌 정말 확신에 차 보여... 마치 벌써 길을 알고 있는 것처럼.”
나도 부끄러운 듯 웃었고, 그녀가 낄낄거렸다.
“에미르와 나는 작별의 돌들 옆에서 너를 기다릴게.”
“거기서 봐.”
나는 그녀가 응원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들도 곧 내가 떠나온 삶의 흔적들처럼, 우리가 타곤 산의 위험한 비탈길을 오를수록 거리가 멀어져 사라지게 될 것이다. 두려움과 의심 또한 그렇게 뒤에 남겨질 것이다.
확신이 나를 감쌌다.
내 여정은 여기서 시작되어 정상에서 끝날 것이다. 가는 길에 무엇을 찾든, 산을 오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