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은 죽은 세상으로부터의 기억을 실어 나른다. 이 기억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나뿐일까 궁금해진다.
물 건너편에는 아버지가 돌보는 덩굴들이 보인다. 룬테라의 마지막 보루인 이크살과 그곳 사람들을 보호하듯 감싸고 있는 덩굴들이다. 잎과 가지는 강 상류와 하류를 따라 너덜너덜한 고리를 이루며, 새벽의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곳에 올 때마다 나는 저 어둠 속에 뱀이나 재규어가, 혹은 다른 어떤 위험이 숨어있을지 생각하곤 한다. 어머니는 그런 짐승들을 사냥해 우리 셈출 마을 사람들에게 고기를 공급하고 마을을 지킨다. 부모님은 내가 그들의 뒤를 잇길 바랐다. 정원사 알리아이, 혹은 사냥꾼 알리아이로 자라나길 기대하셨다.
나는 둘 다 선택하지 않았지만, 두 분의 가르침은 내 길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
나는 로브를 벗어 던지고, 투명한 실로 땋은 윈드코드(바람의 끈)를 양손에 한 번씩 감았다. 23년간 액시오마타를 연구하며 그것들을 내 정신에 각인해 왔다. 이 끈을 매개체로 삼아, 나는 그 안에서 묘사된 원소들을 다룬다. 학업을 통해 나는 통제력과 이해력, 지혜를 얻었다. 하지만 이 끈이 없다면 나는 다른 이크살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존재일 뿐이다.
나는 강물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맨발이 진흙 속에서 질척거렸다. 물이 노출된 허리까지 차올랐다. 발을 뻗어 물속에 잠긴 나무뿌리를 더듬었다. 내가 노리는 사냥감을 붙잡아 줄 뿌리들이다. 뿌리를 찾자, 나는 끈을 이용해 작업을 시작했다.
손을 들어 기억을 더듬으며 제5 액시옴의 선을 그려 나갔다. 마치 캔버스 위에 붓질을 하듯 끈을 휘둘렀다. 강물이 요동치며 내 주변으로 강바닥부터 수면까지 공기 방울이 천천히 커져 나갔다. 지나가는 물살이 내가 만든 전류와 부딪히며 밀어냈고, 자연스럽지 않은 변위에 저항했지만, 내 작업은 견고했다. 강바닥에 진흙과 돌, 뒤엉킨 뿌리가 드러났다. 그 엉킨 곳에 이크살 너머 어딘가에서 온 물건들이 걸려 있었다. 이 오래된 유물들이 멸망한 세상의 유일한 잔재였다.
그 문명들은 분명 경이로웠을 것이다. 세월과 조수에도 훼손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그들의 정교한 솜씨를 보면 알 수 있다. 오늘도 그랬다. 은색으로 빛나는 무언가가 희미한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연구에 몰두하던 내 집중력은 곧 기쁨으로 바뀌었다. 나는 씨익 웃으며 진흙 속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뿌리들 사이를 파헤치자, 단단한 강철 한 조각으로 만든 짧은 자루의 도끼가 나타났다. 아름다웠다.
나는 수천 년 전의 전투를 상상했다. 룬테라를 집어삼킨 괴물들에 맞서 싸운 어느 용감한 전사를 떠올리며, 그 고귀하고 비극적인 투쟁을 기릴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했다. 나는 몸을 앞으로 숙여 진흙 속에 손가락을 파묻고 방수 처리된 보물 상자를 찾았다.
상자를 찾아 걸쇠를 건드렸다. 걸쇠를 여는 데는 액시오마타 숙련도가 어느 정도 필요했다. 혹시나 발각될 경우를 대비한 오래된 방책이었다. 상자 안에는 지난 세월 동안 내가 가치 있다고 느껴 숨겨둔 모든 것들이 담겨 있었다. 윤 탈(Yun Tal)이 되면 이 보물들을 이샤오칸(Ixaocan)으로 가져가 역사학자들에게 등록하고 다른 학자들과 공유할 생각이다. 이크살 최고의 자연 원소술사 중 한 명이자 내 다정한 스승인 미바심은 내가 '나시아나(Nasiana)', 즉 '바깥세상'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자주 꾸짖곤 했기에, 나는 일단 비밀을 유지하기로 했다. 나는 청동 투구 옆에 도끼를 놓아두고 손목을 튕겨 상자를 닫았다.
그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윈드코드가 사라졌다.
이런 일은 상상조차 못 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걸쇠를 다시 채웠다. 오직 윤 탈만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고, 또 자격이 있다. 나는 진흙 속을 허겁지겁 뒤졌지만, 끈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공포와 기쁨, 두려움이 내 안에서 소용돌이쳤다. 그때 강물이 여전히 갈라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통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덩굴로 둘러싸인 벽, 즉 이크살의 경계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미친 생각을 했다. 보호 전류의 고치에 싸인 채, 생명체는 없지만 답으로 가득 찬 풍경을 홀로 거니는 나의 모습을.
두 발자국을 내디뎠을 때, 물줄기가 하늘로 치솟으며 천둥 같은 소리를 내뿜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눈을 굴리며 위협을 살폈다. 물속에서 턱이 튀어나오거나 머리 위에서 매가 덮치길 예상했는데, 강둑에 서 있는 위압적인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내 스승 미바심이었다. 그림자 속에서도 어두운 윤 탈 로브를 입은 그녀의 체구는 세월에도 굽힘이 없었다. 옥 위로 내리치는 번개처럼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를 보는 순간, 내가 만든 공기 방울이 작아졌다. 미바심이 손짓 한 번 하지 않고 강물의 흐름을 가속하자, 강물이 포효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영리하다고, 나만의 비밀 장소를 가졌다고 생각했었다. 그녀는 늘 알고 있었던 걸까?
내가 만든 보호 전류가 약해지고 줄어들면서 물살이 거세게 휩쓸고 지나갔다. 곧 떠내려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분노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가 나를 향해 손바닥을 펴 보였다. 익숙한 몸짓이었다. 똑똑한 논리로 둘러대면 처벌은 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람과 물보라가 나를 때렸지만, 나는 패턴을 읽어냈다. 그녀는 우리 사이의 공중에 액시오마타의 외삽 선을 그려 넣고 있었다.
이건 처벌이 아니었다. 시험이었다. 내가 수년간 훈련해 온 퍼즐이었다. 나는 셈출의 소박한 도서관 주변을 도는 회로를 상상하며 스승을 상대로 작업에 몰두했다.
그녀의 곁에 도달했을 때, 내 정신은 그녀의 승리감 어린 미소에 고양되었지만,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녀는 쓰러지는 나를 받아내기 위해 때맞춰 팔을 벌렸다.
"때가 되었다, 나의 학생." 의식이 멀어질 때 그녀가 속삭였다. "이샤오칸에서 너는 비달리온(Vidalion) 아래에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 우리가 너를 윤 탈로 받아들일 자격이 있는지 판단할 것이다."
일주일간의 도보 여행으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이크살 깊숙한 곳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잠시 쉬어가는 마을들은 내 고향보다 더 촌스럽게 느껴졌다.
"그들은 정말 그렇게 두려워해야 할 게 많은 건가요?" 페슬란에서 친절한 주민들과 작별한 후, 내가 미바심에게 물었다. "아버지는 경계 지역을 직접 돌보시는데, 두려워하는 건 하나도 없으시거든요."
미바심은 우리가 걷는 동안 옆에서 떠다니는 짐 보따리를 무심하게 올렸다 내렸다 하며 답했다. "사냥꾼은 재규어의 돌진을 피하지 않지. 하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포효 소리 하나에도 대장장이들은 도망치기 마련이란다."
길을 따라 아이 두 명이 마을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변화의 가능성 말이죠."
스승님이 무언가와 씨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머리 위로 드리운 넓고 왁스질 된 잎사귀들을 밀어냈다. "우리의 상황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지."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네 아버지가 자신의 일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다시 한번 말해 보렴."
내 기억 속 첫 불꽃 주변으로 가족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의 이야기가 내 인생의 목표를 부추겼다. 나는 이야기꾼처럼 속삭였다. "최종 전쟁이 끝난 후, 세상은 혼란 그 자체였어요. 괴물들과 죽음으로 세상은 끓어오르고 요동쳤죠."
나는 마지막 단어를 공중에 길게 남겼지만, 미바심은 동요하지 않았다. 나는 말을 이었다.
"우리는 거의 멸종 직전까지 몰렸어요. 그때 가장 지혜로운 자들, 최초의 윤들이 이샤오칸의 액시오마타를 무기로 바꾸어 모든 적을 진압하고 국경을 봉쇄했죠. 그래서 이 땅만이 그 파멸적인 시절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곳이 된 거예요.
"남겨진 세상은 독으로 가득 찼죠. 이크살의 숲 아래에서 우리는 다른 모든 것을 집어삼킨 파멸로부터 보호받고 있어요." 나는 씨익 웃으며 주먹으로 갈비뼈 아래를 툭 쳤다. "그러니 이크살이 그 암울한 운명을 맞이하지 않도록 지키는 건, 사실 셈출의 위대한 정원사들이나 다름없죠!"
미바심의 미소가 그동안 나와 다른 학생들이 그녀의 얼굴에 새겨 넣은 부드러운 주름을 타고 번졌다. "그리고 그 정원사들에게, 우리 정글을 베어내는 끔찍한 기계들은 그 독의 연장선일 뿐이겠지? 금속 다리를 가진 미아즈마(독기) 말이다."
우리 앞의 길이 꺾이며 열리고, 여과되지 않은 창백한 햇살이 내 얼굴을 따스하게 비추었다. "그런 셈이죠." 내가 답했다. "물론 윤 탈들은 그것들과 싸울 장비를 훨씬 더 잘 갖추고 있지만요."
"그래도. 실질적인 문제에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법이지."
"물론이죠."
"그리고 너는 학자로서, 네 관점이 아닌 다른 시각에서 논쟁하고, 너에게 생소할 수 있는 것을 이해하도록 훈련받았지?"
나는 환하게 웃었다. "네."
"그렇다면 마을 주민, 그러니까 상인 같은 사람은… 국경 정원사 같은 자부심이나 경험이 없으니…"
"…문제를 추상적인 것으로 보고, 그에 대한 반응이 감정에 뿌리를 두고 있을 거라는 건가요?"
"정확하다."
"만약…" 나는 손을 허공에 휘저으며 말을 끌었다. "만약 그들의 무지함을 고려하여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미바심이 고개를 저었다. "상인은 거래할 에너지만 가지고 있다. 일부는 오락을 위해, 나머지는 가족을 위해 쓰지. 나머지는 다 주의를 산만하게 할 뿐이다." 그녀의 목소리에 냉소기가 스며들었다. 편안한 대화로 돌아오겠다는 신호였다. "그들은 지혜롭고 교활한 스승 밑에서 수십 년을 보낸 혜택을 누리지 못했으니까."
나는 반박할 말도, 지혜도 없었다. "편안함을 줄 만한 경험도 부족하고요. 이해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미바심."
우리는 잠시 침묵 속에 걸었다. "이크살은 이런 차이 덕분에 더 나은 곳이지. 네가 사냥꾼이 아니라서 기쁘다, 나의 사랑스러운 숨카(sumqa)."
내 미소가 햇살과 닮아 있었다.
이샤오칸은 방대했다. 햇살이 내리쬐는 지평선에 걸쳐 있는 듯했고, 가장 높은 아콜로지는 나무 위로 세련되고 각진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었다. 이크살의 거대한 수도로 한 걸음씩 다가갈수록 새로운 풍경과 형태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멀리서도 압도적인 아콜로지는 직접 대면했을 때 더 엄청난 위압감을 주었다.
위풍당당한 북문으로 들어선 지 몇 분 만에 우리는 색깔과 소음에 파묻혔다. 아이들은 관리인들에게 쫓겨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그들은 다시 행상인, 미용사, 점술가, 장인들에게 시달렸다. 미바심의 검은 장화가 돌길을 울렸다. 정글에 있을 때보다 이곳에서 더 위엄 있게 보였다. 군중들은 미바심의 윤 탈 로브가 가진 검은색과 보라색의 깊이에 완전한 경의를 표했다. 이샤오칸과 셈출은 다르지만, 윤 탈에 대한 절대적인 존경심만큼은 같았다.
"미브? 미브!" 앞쪽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핀칸(pin'kan)." 스승님이 중얼거렸지만, 바로 다음 순간 더없이 정중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우리 앞은 교차로였고, 그 위로 우아한 의자에 앉은 식사객들이 있는 다리가 지나가고 있었다. 덩치 큰 노인이 미친 듯이 손을 흔들었다. 초록색 눈, 대머리, 그리고 검은 윤 탈 로브. "사랑스러운 치우크!" 미바심이 그를 불렀다. "예정보다 빨리 도착했군요!"
내가 감히 이름을 다 부르지 못하는 치우크가 우리 쪽으로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그 뒤를 나처럼 학생 로브를 입은 초롱초롱한 눈의 지원자 열 명이 따르고 있었다. "하하, 늘 그렇듯 말이야, 그렇지 않나? 타아르켄은 셈출의 야생만큼 멀지 않으니까."
그가 포옹을 위해 달려들었고, 미바심은 능숙한 솜씨로 이를 받아넘겼다.
"아, 미브. 마지막으로 본 지 너무 오래됐군. 훈련은…" 그는 미바심의 학생들을 찾으려는지 말을 흐렸다. 그의 시선이 느릿하게 나에게 멈췄다. "훈련은, 어, 잘하고 있나?"
"셈출을 돌보고 있지, 그래." 미바심이 아주 미세하게 뒤로 물러섰다. 치우크도 눈치채지 못한 듯 따라 했다. "마을에서는 학생들이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서, 금방 더 성취 가능한 일을 찾아 떠나버리거든."
"아, 야생에서 자라나서 말이지. 난 아주 훌륭한 사냥꾼이 됐을 거야!" 그는 뒤따르던 학생들을 향해 넓게 팔을 휘저었다. "하지만 나도 꽤 좋은 선생 노릇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네."
치우크가 웃자 그의 학생들도 사슴처럼 따라 웃었다. 미바심이 그들을 쳐다보았다. "비달리온이 그에 대해 대답해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녀가 차분하게 답했다.
가짜 빨간 머리를 한 자그마한 지원자가 너무 큰 로브에 걸려 넘어지면서 원소 매개체를 건드렸다. 불꽃이 튀어 한 불쌍한 상인의 먼지떨이에 옮겨 붙었다. 상인이 비명을 지르며 정교한 물병으로 자신의 마법을 시전하려 했지만, 불길은 오히려 더 날뛰었다.
"치우크에슬란!" 미바심이 날카롭게 외쳤다. 그녀의 우아한 손짓이 불꽃에서 공기를 앗아갔다.
상인이 손을 모으며 다가왔다. "저는— 오, 세상에. 빛나는 분들이여, 천 번 만 번 사죄드립니다. 제 물건이 조잡하여— 그게 제 말은—"
"평안하세요." 미바심이 말했다. 치우크에슬란은 "하하!"하고 크게 웃으며 학생의 등을 두드렸다.
"내 제자 녀석이 재능이 있어서 그래! 불길이 얼마나 빨리 붙는지 봤나!" 그는 학생들을 데리고 도시 안쪽으로 사라졌다. 어깨너머로 나에게 외쳤다. "행운을 빈다, 미브의 학생!"
상인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미바심을 바라보았다. "사과드립니다, 존경하는 상인분." 그녀가 마지막 마을에서 선물로 받은 파파야 두 개를 꺼내 그에게 건네고는, 나를 곁으로 끌어당겼다.
"저 사람, 저 치우크에슬란은—" 내가 말을 시작하려는데 미바심이 내 말을 잘랐다.
"—그가 어떤 사람이든 간에 윤 탈이다. 너는 평생 동안 몇 명 만나지도 못했지, 숨카." 그녀가 북적이는 대로를 따라 나를 재촉했다. "그의 방식은 잔인한 교훈이지만, 곧 알게 될 거다. 그가—혹은 이샤오칸 그 자체가—네 과업으로부터 집중력을 앗아가지 못하게 해라."
치우크에슬란의 불꽃을 일으킨 학생은 실패했다. 전통에 따라 그는 침묵 속에 이샤오칸을 떠나야 한다.
그는 공부에 자신의 인생을 바쳤었다. 아마도 그는 상인이나 재단사, 혹은 이야기꾼이 될 것이다. 행복하길 바라지만, 그는 결코 윤 탈이 될 수 없다. 그의 동료들은 텅 빈 눈을 한 채 가슴이 찢어져 있다. 그의 몰락은 그들의 정신까지 짓누르지만, 오히려 내 결심은 더 단단해졌다.
며칠 만에 나는 누가 합격할지, 누가 실패할지, 누가 무너질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해가 그들을 향한 연민으로 이어져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하지만 나는 오직 앞둔 시험만 생각하기로 했다.
드디어 그 순간이 왔다. 나는 이샤오칸의 심장부에 들어섰다. 바닥에는 수천 개의 곡선이 새겨져 있었다. 이 복잡한 기하학적 구조 안에는 원소의 언어가 숨겨져 있다. 그 속에서 길을 잃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알아볼 수 있는 액시옴의 조각들이 스쳐 지나갔…
조심해.
나는 생각을 집중했다. 윤 탈들이 거대한 공간을 둘러싼 갤러리 위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로브는 밤의 모든 색과 질감을 담고 있었다. 한 명 한 명이 완벽한 철학자이자 원소 학문의 대가들이었다.
아콜로지의 중앙 홀은 둘로 나뉜 것처럼 보였다. 아래쪽은 내가 스스로를 방어할 경기장, 위쪽은 엔지니어링보다 마법 공학으로 지탱되는 가장 무거운 돌들의 고리였다. 공간이 갈라지는 곳에 넓은 마법의 고리가 소용돌이쳤다. 얼마나 깊은지, 땅속으로 얼마나 깊이 파고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원 위로 높이 떠 있는 것은 위대한 베틀인 비달리온이었다. 황금 합금 띠가 둘러진 그곳에서 실들이 끊임없이 돌아갔다. 나는 저 베틀의 날실과 씨실 아래에서 스스로를 방어할 것이다. 성공한다면, 그것이 나를 윤 탈로 표시할 로브를 짜낼 것이다.
나는 오늘, 전류를 마스터할 것이다. 나는 패턴의 중앙으로 발을 내디뎠다.
액시오마타가 이 한 점에 집중시킨 압도적인 원소의 힘에 눈이 멀 것 같았다. 폭풍 구름 위를 스치는 벌새가 된 기분이었다. 눈을 깜빡이자 홀이 다시 보였다.
미바심이 위쪽 어딘가에 서 있었다.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내 정신은 팽팽하게 당겨진 현 같았다. 사방에서 윤 탈들의 시선이 꽂혔다. 그들은 가장 지혜로운 자들, 윤 탈이었다.
"알리아이 쿤란." 내 이름이 홀 전체, 아니 아마 이크살 전체에 울려 퍼졌을 것이다. "너는 만물의 중심에 서 있다. 모든 이들의 눈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스스로를 방어하라."
비달리온이 회전하며 천의 실오라기들을 풀어놓았다. 나는 손을 뻗어 한밤의 실 한 가닥을 붙잡았다.
"그 시컨트(할선)를 끊어버렸군." 확고하고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내 의식 속으로 흘러 들어왔고, 실 한 부분이 빛났다. "이제 그건 압력이 아니라 온도에 영향을 줄 거다."
나는 그 목소리를 무시하고, 더 많은 실을 붙잡아 다음 선을 따라 유도했다. 수초간의 극심한 집중 끝에 나도 모르게 답이 튀어나왔다. "압력과 온도는 자매와도 같죠. 제가 공간을 통제하는 동안에는 이 효과가 더 강력합니다." 나는 윤 탈들이 내 실수라고 지적한 곳에 쏟아지던 유령 같은 빛을 치우고 작업으로 돌아갔다. 스승들의 비판을 이토록 쉽게 일축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랐다.
이내 그 감정을 떨쳐냈다.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네 액시오마타에서 탄젠트가 열한 개 보이는구나. 관례상 각 탄젠트에는 평행선을 주는 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순차적이지 않은 패턴이 합쳐질 때 불균형이 생길 위험이 있지."
나는 미바심을 떠올렸다. 이건 나의 젊은 반항심을 빌려 발견한 그녀만의 창조물이었다.
"관례는 숙련이 아니라 수사학일 뿐입니다." 내가 답했다. "이 연결은 제3 액시옴을 보완하고, 제5 액시옴을 강화합니다. 함께 작용하여 불균형을 무효화하죠."
대답 대신 침묵만이 돌아왔지만, 오른편에서 옷감이 스치는 소리에 주의가 쏠렸다. 연기와 옥색의 로브를 입은, 강철 같은 눈동자의 여성이었다. 숭배받는 새로운 세대인 윤알라이(Yunalai)의 일원이었다. 그녀의 인정 섞인 미소가 내 가슴을 긁었다.
나는 작업을 밀어붙였다.
기존의 액시오마타는 완성되어 견고하게 버텼다. 초기의 불안과 두려움은 마음속에서 희미한 메아리가 되었고, 나는 내 형태의 한계를 넘어 훨씬 더 거대한 존재가 되었다. 나는 이샤오칸 그 자체가 되어, 세상 모든 곳에 이만한 힘이 존재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던 엄청난 위력을 휘둘렀다. 나는 설계의 형태를 따라 다음 단계를 찾았다.
쿵-쿵.
—하고 멈췄다. 심장 박동, 시간의 멈춤. 나는 홀의 외벽에서 소용돌이치는 신비한 마법으로 시선을 올렸다. 광기 어린 태피스트리의 실들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추상적인 엉킴 속에서, 무언가가 나를 불렀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나는 지금 아콜로지의 중앙에 있지 않다. 정글을, 이크살을 가로질러 날아간다.
내려다보니 액시오마타가 보인다. 특정 아콜로지 하나에 집중된 패턴도, 여러 아콜로지의 것도 아니다. 이 세상 전체를 아우르는 패턴이다. 이샤오칸을 에워싼 선들 중 하나를 타고 달리자, 눈 깜짝할 사이에 셈출의 집으로 연결된다. 내가 쪽잠을 자던 구석진 곳, 익숙한 아치들이 보이자 미소가 지어진다. 그—
셈출이 뒤에 있다. 무언가 잘못됐다.
눈이 커진다. 죽음과 삶을 갈라놓는 덩굴 그물망에 부딪히며 허공에 발뒤꿈치를 박는다. 멸망에 대비해 눈을 가늘게 뜬다. 하지만 대신 무성한 녹지를 지나친다. 괴물들이 들판을 가로질러 달린다. 이크살만큼이나 넓은 강을 스쳐 지나간다.
나는 분명 미쳤다. 이 생각들은 죽음을 앞둔 정신의 마지막 발악인가?
시험에 떨어진 건가?
산과 골짜기, 그리고 사람들이 보인다. 사람들이 보인다. 나는—
어딘가 차가운 곳에 멈췄다. 하얗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눈부신 곳이다.
그 뒤에 힘이 있다. 액시오마타가 여기서 교차한다. 이래선 안 되는데.
털과 뼈를 두른 남녀 무리가 서로 다투고 있다. 아니, 전쟁이다. 곤봉이 두개골을 함몰시킨다. 나는 손을 뻗는다. 가루 구름이 휘몰아치고, 그들은 현상으로부터, 나로부터 도망친다. 다른 이들보다 키가 큰 하나가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그가 나를 찾으려 뒤틀리는 게 느껴진다. 그는 서리로 창을 벼린다.
이 짐승 같은 자는 이크살 사람이 아니다. 어떻게 액시오마타를 다루는 거지?
그의 마법은 다르다. 다른 곳에서 온 것이고, 내게 닿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창이 빗나간 자리에서 그의 존재 자체가 나를 쓰러뜨린다. 그의 존재 자체가 잘못됐다.
이크살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
풍경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내 안에 진공 상태를 남겼다. 혈관 속의 피가 끓어오르며 그 빈자리를 채우려 했고, 내 정신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연결 고리를 만들어내며 날카로운 이명이 귓가를 찔렀다.
물론이다. 세상이 죽었을 리가 없다. 이크살만이 덩굴이라는 얇고 환상적인 베일로 종말을 막아냈을 리가 없다. 나는 공기 고치 속에 갇혀 세상을 횡단하는 외로운 모험가가 될 운명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리석었다. 아버지를, 정원사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그렇게나 자부심을 느꼈다. 자신들의 진정한 목적도 모른 채.
머릿속에서 눈알이 박동하는 게 느껴졌다. 일부는 새로운 발견에 환희를 느끼고, 나머지는 격렬하게 거부하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윤 탈들은 분명 떨리는 스타카토를 연주하는 내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남은 정신마저 앗아갔다. 강에서 처음 발견한 유물을 경건하게 미바심에게 바치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주저함이 기억난다. 나는 그녀가 나의 끊임없는 호기심에 감명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날 그녀는 나를 학생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나의 작은 이론들을 공유하는 것에 기쁨을 느꼈고, 윤 탈이 되어 가장 지혜로운 미바심과 함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생각에 들떠 있었다.
나는 정말 멍청이 같았을 것이다.
이샤오칸의 힘이 떨리는 내 몸을 진정시켰다. 소름이 가라앉고 심장 박동이 느려졌다. 하지만 텅 빈 가슴 속에 분노가 들이닥쳤고, 이샤오칸조차 그것을 멈출 수 없었다. 배신감과 수치심, 슬픔이 강물처럼 범람했다.
추악한 무언가가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떨리는 주먹에 이샤오칸의 힘을 쥐었다. 이 홀을 부수고 우리 모두를 호박 속의 곤충처럼 가두어 버리고 싶었다. 이크살의 고대 권력의 중심에 엉켜 있는 지금, 그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처럼 느껴졌다.
수십 년간의 수사학적, 철학적 토론이 나를 구했다. 감정적인 호소에 대한 단순하고 습관적인 반사 작용, 즉 그 감정 뒤에 숨은 진실은 무엇인가? 광기의 벼랑 끝에서 이토록 빨리 돌아와 유일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던 건 미바심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이것이 바로 시험이었다.
윤 탈들은 이 환상을 수 세대 동안 유지해 왔다. 세상은 단순히 설명되거나 묘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하고, 반응을 넘어 이해에 도달할 만큼 지혜로워야 한다. 나는 무력한 웃음을 삼켰다. 이토록 많은 윤 탈이 모여 있는 이유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 도달해 감정에 굴복한 누군가가 이샤오칸의 힘을 휘두른다면, 그들을 파멸시키거나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내 분노는 결의로 식어갔다. 나는 방을 훑으며 위에 있는 가장 지혜로운 자들의 눈을 하나하나 맞췄다. 내 눈이 말하고 있었다. 당신들의 시험은 통과했다, 나머지는 의식일 뿐이다.
나는 이 현실에 짓눌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시 패턴으로 돌아가 미완의 돌출부를 다듬었다.
내가 작업하는 동안 윤 탈들은 침묵했다.
끝났다. 액시오마타는 바람과 물, 그리고 그들이 결합하는 모든 방식에 대한 나의 완전한 이해와 통제력을 증명했다. 나는 그 남자와 바깥세상을 생각했다. 위에서 윤 탈들은 내가 만든 실을 훑으며 오류를 찾고 있었다. 아무것도 찾지 못할 것이다.
그들이 결정을 내리자 공기가 바뀌었다. 나는 지구의 중력에서 완전히 벗어나 멍청할 정도로 느릿하게 공중으로 떠올랐다. 나는 다시 한번 스승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수십 년간의 거짓말에 대한 수치심이나 죄책감, 슬픔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곳엔 오직 자부심뿐이었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비달리온이 더 빠르게 회전하고, 바닥에 새겨진 패턴 위에 내가 깔아놓은 실들이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처럼 나를 옭아매는데도 멈출 수 없었다.
마법이 몸에서 빠져나가며 고통이 밀려왔다. 윤 탈들이 한목소리로 노래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빛의 실타래들이 내 뒤를 쫓아 감겨 들었고, 반짝이는 무지개가 내 팔다리를 따라 돌았다.
나는 비달리온과 갓 짜인 천 사이에 갇힌 채 떠 있었다. 잠든 팔다리가 깨어날 때처럼 힘이 다시 기어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실들이 천으로 변하며, 나는 그것을 느꼈다. 나는 윤 탈이 되었다.
내가 지상으로 내려오자 노래 소리가 절정에 달했다. 무표정했던 얼굴들이 기쁨에 찬 미소를 지었지만, 나는 그들에게서 어떤 온기도 느낄 수 없었다.
나는 보물 상자와 고대의 물건들에 대한 꿈을 꾼다.
어리석은 열정. 바깥세상을 상상하며 윤 탈들과 공유하고 싶어 안달했던 지난 수십 년. 내가 알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공유하고 싶어 했던, 어린 바보 알리아이. '복수'라는 말은 내 소망을 표현하기에 적절치 않지만, 비슷하긴 하다.
"깼구나." 시간 너머 어딘가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깨어난 기분은 아니었지만, 편안한 침대와 따뜻한 화로, 걱정스러운 스승이 곁에 있었다. 그녀에게 묻고 싶은 게 너무나 많았지만, 이미 모든 답을 알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깼어요, 미바심." 내 목소리는 예상보다 부드러웠다. 눈물이나 분노의 껄끄러움은 없었다.
"이제 '미브'라고 불러라." 그녀가 답했다. "우리는 동료니까."
침묵이 이어졌다. 수많은 세년을 함께했건만, 오늘에서야 그녀는 말문이 막힌 듯했다.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나도 내 스승에게 정말 화가 났었단다. 며칠 동안 말도 안 했지. 난… 네가 편안하길 바랐을 뿐인데, 쉬게 해줘야겠구나."
나는 쉬고 싶지 않다. 행동하고 싶다.
하지만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했다. "저를 잘 준비시켜 주셨군요."
"그래?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해주렴." 공부할 때 듣던 질문이었지만, 지금은 기대감이 묘하게 빠져 있었다. 결국 우리는 동료인 것이다.
다른 윤 탈들처럼 능숙하게 기만을 연습할 시간은 없었지만, 필요도 없다. 나는 이제 내가 그 일부가 된 거대한 거짓말을 이해했다. 기본적인 형태만 제시해도 미바심의 안도감과 자부심이 대화의 세부 사항을 충분히 채워줄 것이다.
"윤 탈들은 이크살을 보존하죠." 내가 확인했다. "모든 이크살 사람은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그게 최종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말을 할수록 스스로다워지는 느낌이다. 수사학의 친숙함이 위안을 준다.
여전히 그 느낌이 괘씸하지만. 아주 조금은.
"수많은 작은 실타래들이 각 결정을 구성하죠. 논쟁과 발견, 새로운 관점을 통해 배운 것들 말이에요. 실타래를 이해한다면, 완벽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겠죠."
미바심에게 승인을 구하지 않는 게, 내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 게 힘들었기에 나는 눈이 따가울 정도로 화로의 불꽃을 뚫어지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윤 탈들이 결정의 무게를 짊어지는 거군요. 이크살 사람들에게—최근까지 저 자신에게도 그랬듯—우리 땅은 닫힌 세상이에요. 우리는 길에서 논의했듯이, 그들이 처리할 수 있는 실타래들만 보여주죠. 그리고…"
나는 마침내 고개를 돌려 내 생각이 옳음을 알리는 짧고 단호한 끄덕임을 확인했다. "초기의 윤들은 상상할 수 없는 딜레마에 직면했었죠. 어떻게 외부 세계로부터 사람들을 가장 잘 보호할 것인가. 그들은 우리를 고립시키는 길을 선택했어요. 지혜가 부족한 누군가는 실수로 이크살을 끝장냈을지도 모르죠. 그래서 구분하고, 윤 탈을 만드는 엄격한 연구 과정이 존재하는 거고요."
방어 가능한 논리다. 하지만 여전히 그 논리를 혐오한다.
나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니 윤 탈들은 수 세기 동안 서로 논쟁해 왔지만, 그 선택을 뒤집을 만한 가치 있는 제안을 내놓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거군요."
가장 밝은 정신이 다음 단계가 옳다는 것을 확인해 줄 날을 기다리는 평화로운 현상 유지. 잔인한 기만을 넘어 어딘가 잘못되어 있다.
그 잘못됨에 이름을 붙일 시간은 평생 주어지겠지. 현상 유지를 나의 적으로 만드는 데 말이다.
미바심이 존경의 표시로 고개를 숙였다. "내가 비달리온을 마주한 후 같은 결론에 도달하는 데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단다." 그녀가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잡고 절뚝거리며 일어섰다. "가자. 먹어야지. 우리 노인들은 우리와 똑바로 눈을 맞출 수 있는 자들과 축하를 나누어야 하거든."
나는 다시 보물 상자를 떠올렸다.
뚜껑을 열고 내 분노를 그 안에 넣어 봉인하는 상상을 했다.
피곤한 미소가 얼굴에 번졌다. "가요."
나는 메자닌에서 홀을 가득 채운 소음을 내려다보았다. 음식이 가득 차려진 테이블이 토론과 이야기, 춤에 몰입한 작은 무리들 사이를 떠다녔다. 다른 신입 윤 탈 중 몇 명은 나만큼이나 화가 난 듯 보였지만, 그들의 좌절감은 동료애와 이 사태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확신으로 달래지고 있었다. 이크살 어디에서도 원소들이 이토록 확고한 통제하에 있는 곳은 없었기에, 대부분은 새로운 삶의 풍요로움을 재빨리 받아들이는 듯했다.
우리는 윤 탈을 우상화한다. 한때 나는 그들을 완벽한 철학자라고 불렀다. 진실을 찾는 자들. 나는 또 다른 세계를 탐구하고 연구하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 장신구를 수집했다. 룬테라에서 가장 밝은 정신들과 토론할 자격을 갖추기 위해 공부했다.
지금 그들을 보니, 그들은… 나약해 보였다.
"흥, 뚱한 표정을 짓는 게 당연하지." 팔찌를 찬 손목이 난간에 걸쳐지며 금속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노새가 태어난 기념 잔치도 이보다는 낫겠어."
내 시험 때 보았던 윤알라이였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존재감이 좁은 공간을 가득 채웠고, 오만한 말투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를 존경심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간단히 고개를 숙였다. "이곳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존경하는 윤알라이여."
그녀의 웃음소리에 콧방귀가 섞여 나왔다. "내 가문이 내게 영광을 가져다주는 건 아니니까." 그녀가 잠시 쳐다보다가 내가 대답하지 못하자 말했다. "이걸 모른다는 게 나를 아프게 한다는 건 말해두지. 키아나에 대해서 말이야."
키아나.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쓴맛 섞인 경의로 내뱉자, 내 얼굴이 당혹감으로 달아올랐다. "용서하십시오. 저는 이샤오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아서요."
"그래, 뭐. 이제 알았으니 됐어. 이리 와. 아야(Aya)라고 불러도 될까?"
질문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발코니의 열린 문을 따라 밤공기 속으로 걸어 나갔다. 지금도 이샤오칸은 활동과 불빛으로 밝았다.
"내 시험 도중 말이야, 아야. 나는 가장 눈부신 것을 봤어. 하늘을 할퀴며 올라가는, 거의 본능적이고, 내가 아콜로지에서 본 것만큼이나 강력한 무언가를! 우리와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많은 사람이 그것을 차지하려고 전쟁을 벌여왔지."
"저도 비슷한 것을 봤습니다." 내가 대답하자 그녀가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나는 '이래선 안 돼!'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 윤 탈이라는 목자가 없는 이크살 밖의 세상에 그런 곳이 존재하다니? 아야, 끔찍했어."
나는 그녀의 말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여기에 현상 유지의 적이 있다.
"윤 탈인 우리는 이 세상에 대한 숙련도로 존경받지. 아야, 이크살 너머에 세상이 얼마나 더 많은지! 우리는 이끌지만, 행동하진 않아. 누군가는 혼자서 그 결정을 짊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만큼 지혜롭겠지. 혹은 다른 이들은 두려워하는 건가?"
나는 귀를 기울였다. 키아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무엇이 그녀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든, 무엇이 그녀의 흔들림 없는 자신감을 부추기든, 그것은 이크살 사람들 중 유일무이했다.
"이래선 안 됩니다." 내가 중얼거렸다. 말에 무게와 의미가 실렸다.
그녀가 나를 보았다. 이샤오칸의 불빛이 그녀의 눈동자에 반사되었다. "그럼 됐어. 너와 나, 아야, 우리가 그것을 바꿀 사람들이 될 거야."
1년 전 입었던 로브가 처음으로 낯설게 느껴졌다. 다른 윤 탈들 때문일까, 아니면 이 홀 때문일까. 시험 이후 이곳에 돌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벽을 따라 마법이 여전히 고리를 그리며 소용돌이쳤고, 그 깊은 곳에서 나는 이제
프렐요드라 불리는 우리 가장 오래된 역사의 땅을 보았다. 언젠가 그 산길을 직접 걸어볼 것이다.
한 학생이 문을 통과해 걸어 들어왔다. 몇 달 전 윤 탈이 된 자식을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내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였다.
그녀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모여 있는 윤 탈들이 말없는 긍정의 신호를 보냈다. 갤러리 건너편 내 왼쪽 앞의 미바심이 여전히 자부심 어린 눈빛으로 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화답한 뒤 키아나 쪽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모여 있는 자들의 결함을 인지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고마워요, 미바심, 당신의 가르침에. 나는 그 가르침으로 우리의 실수를 바로잡을 거예요. 키아나와 함께, 나는 당신이 윤 탈들 사이에서 처음 보냈던 그 좌절의 순간까지도 기리는 완벽한 논증을 만들어낼 겁니다.
때가 되었을 때, 당신이 그것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길 바랍니다.
학생이 앞으로 나아갔다. 홀이 정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