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이야기
추방당한다는 것은 지워진다는 뜻이다.
너는 잊히지 않는다. 애초에 존재한 적이 없는 것이 된다. 네 심장 박동 하나하나가 가치 없는 것으로 취급된다. 노예조차 쇠사슬을 차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 죽은 자조차 애도를 받는다.
나는 나를 낳은 키라쉬(Kiilash)에게 아무런 존재도 아니다.
렝가라는 이름은 이제 폰자프(Ponjaf) 족장의 아들이자 동족인 나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지 못한다. 나는 그들의 마음에서도, 그들의 보금자리에서도 쫓겨난 존재다.
이런 운명에서 돌아올 길은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들었다. 세월과 피는 그런 것들을 바꿀 수 있다.
내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기에, 나는 사냥꾼의 길에서 모은 전리품을 들고 그들에게 찾아갔다. 아무 말 없이 나는 아버지의 눈앞으로 끌려갔다. 그는 내게 부족으로 돌아올 기회를 제안했다. 내 이름이 불리고 얼굴을 기억하며, 내 심장 박동이 다시 가치 있게 여겨질 곳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는 그 대가를 요구했다.
그림자를 추적하라. 달 없는 밤의 날카로운 파편. 혐오스러운 괴물.
정글에서 그
카직스의 머리를 가져온다면, 더 이상 추방자로 살지 않아도 되리라.
나는 나무 사이로 몸을 녹여 들어간다. 듣고, 냄새 맡고, 느낀다. 나는 크고 작은 수천 생명체의 발자취를 해석한다. 이는 추방자를 발견해 사냥의 길로 이끈 인간에게서 배운 차가운 가르침에 의해 날카로워진 본능이다. 나는 아직도 마르콘(Markon)이 준 단검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곳에 서식하며,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잘못된 존재'를 찾는다.
코트에 매달려 달랑거리던
전리품들은 캠프에 두고 왔다. 내게는 오직 단검 한 자루와 털을 미끄럽게 할 기름 한 겹, 그리고 가슴 속에서 천천히 규칙적으로 뛰는 사냥꾼의 심장 박동뿐이다.
열대우림의 들끓는 생명력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언가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미미하지만 분명하게, 내 감각 위를 미끄러지듯 스쳐 간다. 그 역겨운 단내를 풍기는 낯설음이 잠시 나를 멈춰 세운다. 모든 면에서 잘못되었다. 혐오스럽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방식으로 생명에 대한 적대감을 풍긴다. 주변의 모든 것과 대치되는 존재다.
진정한 사냥이 시작된다. 나는 흔적을 쫓는다.
나는 그것과 닿지 않게 주위를 맴돈다. 유혈 사태의 소리가 나를 반길 때까지 그 '잘못된 존재'의 냄새를 견딘다.
무언가가 죽어가고 있다. 저 앞 나무 너머에서. 제대로 죽어가지 못하고 있다.
정글 랩터 무리다. 최상위 포식자는 아니지만, 랩터는 여전히 강력한 사냥꾼이며 좀처럼 사냥감이 되지 않는다. 그것을 공격한 자는 굶주림에 절박하거나, 랩터의 치명적인 공격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나는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어쩌면 제법 도전적인 사냥이 될지도 모른다.
'잘못된 존재'의 악취가 진동한다. 숲 바닥에 흩어진 밝고 피투성이가 된 깃털 뭉치에 악취가 달라붙어 있다. 나는 굵고 거친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가, 발톱으로 조용히 나뭇잎 우거진 그늘 속으로 숨어든다. 나는 그곳에 웅크려 습한 공기를 맛보고, 눈을 가늘게 뜨며 사냥감을 찾는다.
그것은 빠르다. 그것이 갈고 닦은 무기다. 놈이 이리저리 날뛰며 사냥을 끝내고 포식할 준비를 하는 찰나의 모습만 보일 뿐이다.
전리품에 대한 기대감이 놈을 사냥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놈의 움직임에서 생존을 위한 본능을 넘어선, 더 큰 굶주림을 느낀다.
마지막 랩터가 죽자 '잘못된 존재'가 속도를 늦춘다. 그럼에도 놈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연기처럼 지면을 가로질러 도약하고 미끄러진다. 이제 놈이 더 명확하게 보인다. 머릿속이 가려운 느낌이다.
곤충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그렇지는 않다. 신체 부위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팔다리와 살점, 껍데기, 그리고 도저히 한 생명체에 존재할 수 없는
발톱들까지, 모두 썩은 과일처럼 검보랏빛으로 빛나는 외골격 안에 담겨 있다. 공기와 빛조차 놈의 주위에서 비틀린다. 그것들도 놈과 닿고 싶어 하지 않는 듯하다.
그제야 나는 내가 찾는 답을 깨닫는다. 저 '잘못된 존재' 역시 추방자의 낙인이 찍혀 있다. 놈을 낳은 그 더러운 곳으로 돌려보낼 준비가 되었다.
나는 마르콘의 단검을 가볍게 쥐고 나뭇가지에서 뛰어내린다.
내가 놈의 뒤에 착지했을 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놈은 나의 접근을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마지막 일격을 가한 후의 그 달콤하고 아드레날린 솟구치는 순간까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게 움직이는 법을 안다. 나는 적응과 본능을 통해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해 왔다… 하지만 이 순간, 나의 본능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비명을 지른다.
주저함 덕분에 나는 랩터의 피에 내 피를 섞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있었을 공간을 가르고 지나가는 발톱을 간신히 보았다. 놈은 내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멈추지 않았더라면, 나는 끝장이 났을 것이다.
모든 것이 너무나 깔끔했다. 너무 쉬웠다. 더 빨리 알아차렸어야 했다. 폰자프의 약속이 나를 눈멀게 했고, 자신감은 오만함으로 변해 나를 무방비하게 만들었다.
괴물의 목구멍에서 미끄러운 쇳소리가 난다. 턱에 체액이 묻어 있다. 놈의 등에서 등껍질을 뚫고 무언가가 꿈틀거린다. 놈이 고통을 느끼는 것인지 쾌락을 느끼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쇳소리를 내자, 새로운 팔다리 한 쌍이 돋아나 끔찍하게 젖은 날개로 펼쳐진다. 놈은 내가 가하는 위협을 알아차렸고, 그에 맞춰 변화했다. 놈은 사냥감으로 남길 원하지 않는다.
나는 달려든다.
너무 느렸다. 놈의 반격에 마르콘의 단검이 내 손에서 튕겨 나간다. 어리석게도, 감상에 젖어 나는 잠시 단검을 쳐다보았다. 그 실수가 '잘못된 존재'에게 틈을 주었다.
또 다른 날카로운 발톱이 튀어 나온다. 뜨겁고 따끔한 고통. 귓가에서 울리는 포효.
나는 뒤로 쓰러진다. 피가 얼굴을 뒤덮는다.
나는 거리를 벌리려 애쓰며, 시야의 붉은 피를 닦아내려 눈을 깜빡인다. 오른쪽 눈은 흐릿하다. 왼쪽 눈은 어둠에 잠겼다. 귓가의 울림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뺨을 만져본다. 괴물이 무엇을 앗아갔는지 깨닫는다.
날개에서 마지막 더러운 점액을 털어내며, '잘못된 존재'가 일어나 내 위를 맴돈다. 놈은 더 큰 도전인지 아니면 잔인한 미소인지 모를 표정으로 이빨을 드러내며, 내가 볼 수 있도록 내 왼쪽 눈을 들어 올린다. 놈은 천천히 피 묻은 안구를 이빨 위로 가져가, 그대로 목구멍으로 삼켜버린다.
구역질이 올라온다. 나는 남은 눈을 비비며 주먹을 꽉 쥔다.
더럽혀졌다. 이 사악한 괴물이 내게서 사냥꾼의 역할을 낚아챈 상징적인 순간이다. 더 이상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직 분노뿐이다.
나는 놈에게 몸을 던진다. 단검은 필요 없다. 내게는 태어날 때부터 지닌 발톱과 스스로 깨우친 승리의 포효가 있다. 나는 패배하지 않는다.
우리는 충돌한다.
붉은 폭력의 춤은 끝날 줄 모른다. 우리는 번갈아 가며 서로를 쫓는다. 그 혐오스러운 괴물은 차가운 어둠이다. 나는 복수에 불타는 태양의 핵심이다. 우리는 서로를 베고 또 베어 넘긴다. 이제 세상의 나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마침내 밤이 찾아오자, 적은 달아난다.
아니면… 그저 내가 그렇게 보기를 원하는 것일까? 어쩌면 놈은 내게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웠고, 본능이 놈을 더 큰 무언가로 이끄는 것일지도 모른다. 탈진이 밀려온다. 나는 피투성이가 된 상처를 안고 쓰러지며, 이 괴물과 맺어진 새롭고 끔찍한 연결 고리를 느낀다. 그것은 놈이 내 살점을 먹은 순간 맺어진 유대였다.
키라쉬들은 이 '잘못된 존재'를
카직스라고 부른다.
고대 언어로 그 이름은 "자신을 마주하다"라는 뜻이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우리가 싸우는 동안 놈은 변화했고, 뒤틀리며 성장했다. 놈은 나아갔다, 끊임없이 나아가 자신의 한계를 찾았다. 반면 나는 내 자신을 돌아보고, 과거와 내가 태어난 부족을 돌아보며 추방자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놈이 적응했듯, 이제 나도 적응해야 한다.
나는 반드시 놈을 죽일 것이기에.
참고 문헌 / References
Lore